[사람 사람] 외국어대회 일본어부문 최우수상 박성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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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에 가지 않아도 일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습니다. "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4학년 박성길(朴成吉.30)씨는 이런 믿음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부산외국어대가 주관한 제20회 전국대학생 외국어경시대회에서 일본어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것. 그는 지난해 대회 때도 최우수상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1995년 2월 대구전문대 관광일어통역과를 나온 뒤 대구 동산관광호텔 객실계장으로 근무 중인 그는 진짜 일본인처럼 일본말을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학교때 기초가 안돼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없어 고교에서는 일본어만큼은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기본부터 착실히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

신문.소설책과 일본 방송.테이프가 주교재였다. 자면서도 NHK방송을 틀어놓았다. 무의식 중에 일본어가 머리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테이프나 방송 음성을 그대로 흉내내는 행위를 수없이 반복했다. '모방을 통한 창조' 가 그의 공부방식이었다.

길거리 간판도 모두 일본어로 바꿔 보고 대화 중에 오가는 말들도 일본어로 바꿔 혼자 중얼거기도 했다. 머리 속이 온통 일본어뿐이었다.

그는 "회화책.교과서를 통째로 암기해 놓으니 회화 때 저절로 일본말이 나왔다" 며 "모방이 외국어교육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이렇게 일본어를 잘하지만 朴씨는 아직 한 번도 일본에 간 적이 없다.

외국어학원도 전문대 졸업 후 두달만 다녔다. 다른 학생과 강사들의 일본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朴씨는 일본어학원을 차려 돈을 번 뒤 관광호텔을 경영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朴씨는 "아까운 외화를 써가며 외국에서 공부해야 외국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며 "일본어 최고 실력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고 다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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