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TV '국경없는 외교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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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 '팝 인 서울' 이란 프로그램을 자주 보다보니 이제 H.O.T의 팬이 돼버렸어요. " (중국의 리양),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 의 리얼리티에 감동 받았어요. 영어 자막없이 볼 수 있을까하고 요즘은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랍니다. " (필리핀의 그레이스 마투티나)

국내 TV 프로그램이 외국에서도 인기다. 위성으로 국내 프로그램을 전세계에 방영하고 있는 아리랑 TV로 날아오는 외국인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한달 평균 4백여통의 메일이 들어온다.

"위성 수신기가 설치된 가구수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수, 메일을 보낼 열의를 가진 사람의 비율로 미루어 볼 때 실제 시청자 수는 수천만명에 이를 것" 이라고 아리랑 TV측은 추정한다. 가장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은 드라마와 쇼 프로다.

아리랑 TV의 황규환 사장은 "소득수준이 비슷한 국가일수록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폭이 넓어 특히 동남아와 남미, 동유럽쪽의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를 많이 보는 것 같다" 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화려한 영상의 트렌디 드라마는 동남아와 중국에서 빛을 발한다. 자국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련된 영상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한 시청자(ID:shellshell)는 " '호텔' 이란 드라마에 푹 빠져버렸다" 고 소감을 밝힌 뒤 "놓친 방영분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제발 알려달라" 고 하소연할 정도다.

이외에도 '사랑과 야망' '엠(M)' '마지막 승부' '별은 내 가슴에' 의 인기도 만만찮다. 농촌드라마 '전원일기' 에 대한 반응도 재미있다.

브라질의 한 시청자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데도 사람 사는 방식이 너무 비슷해 깜짝 놀랐다. 농촌의 정이나 이웃간의 끈끈한 관계는 여기와 똑같다" 며 반가워했다.

또 사극을 즐겨본다는 일본 시청자(ID:Angelo)는 " '장녹수' 의 테이프를 구입하고 싶다" 며 "일본과 다른 한국의 역사드라마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고 평가했다.

신청곡 접수를 받는 쇼프로 '팝 인 서울' 에 대한 반응은 국내 열성팬들을 무색케한다.

필리핀.인도네시아.홍콩.중국.몽고.미국 순으로 신청곡을 많이 보내온다. god의 팬이라는 뉴질랜드 시청자(ID:soji)는 " '거짓말' 의 뮤직비디오를 아직 못봤으니 꼭 다시 방영해달라" 고 부탁하기도 했다.

또 스물 여덟살의 대학생이라는 인도의 비벡(ID:guri)은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해 아리랑TV가 자체 제작한 '해피 스테이션 쇼' 에 대해 "내가 지금껏 봤던 쇼프로 중 최고였다" 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돈이 없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던 페루 노동자를 찾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려주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고 소감을 밝혔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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