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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북 대결로 몰면 안돼 내신에 대한 신뢰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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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상대방의 입장을 감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습니다."(윤영규 초대 전교조 위원장)

교육계 원로들은 고교등급제 논란이 교육계의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특히 대학.고교.정부.교원단체 사이를 날카롭게 가르는 데서 나아가 강남.강북식의 지역 갈등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했다.

이들도 구체적인 시각과 해법은 달랐다. 그러나 문제를 키우기보다 풀어야 하고 각자 주장보다 반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이 같았다. 한마디로 교육 문제는 목청 높여 싸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능 변별력 없는 것도 문제

◆갈등은 왜 생기나=서울대 문용린(전 교육부 장관)교수는 교육 공공성이라는 '명분'과 교육 경쟁력.수월성이라는 '실리'가 부딪친 것을 갈등의 이유로 들었다. 문 교수는 "대학은 실질적인 필요에서 고교등급제를 했다는 것이고 반대쪽은 명분이 없다는 것인데 모두 일리가 있다"며 "이를 사회구조의 문제, 강남이나 부자들의 음모로 몰고 가려는 시도는 선동적"이라고 말했다.

교육 경쟁력이냐 교육 공공성이냐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되살아났다는 대구대 윤덕홍(전 교육부총리)교수의 생각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고교평준화 존폐 논란처럼 교육에 대한 가치관 차이가 원인이라고 했다.

민족사관고 이돈희(전 교육부 장관)교장은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자기 주장이 합리적인지 따지지 않고 그냥 공격하고 비판하고 매도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이것이 갈등을 키운다고 말했다.

광운대 박영식(전 교육부 장관)총장은 교육개혁 정책이 진행되면서 생기는 마찰이라고 봤다. 그는 "대학 입장에서는 수능의 변별력은 없어지고 내신은 못 믿는 상황에 몰려 방법을 찾다가 논란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은 "대학들이 변별력 핑계보다는 다양한 선발방법을 연구하고 또 양보해야 한다"며 고교보다 일부 대학을 탓하는 입장이다.

한편 전교조 위원장을 지낸 김귀식 서울시 교육위원은 "지금은 교육계의 대혼란 상황"이라며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그는 "교육부는 어떤 정책을 발표할 때 각 교육주체나 교원단체를 모두 모아 합의를 이끄는 등 심사숙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편 말 들어야=원로들은 대화와 토론밖에 해결책이 없다고 강조했다. 어느 한쪽이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는 것.

문용린 교수는 "양쪽이 서로의 오해를 풀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쪽으로 가야지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안 된다"며 "특히 빈부 격차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 부총리, 통합 중심 역할을

정부나 언론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박영식 총장은 "이번 일을 촉발한 것 중 하나는 내신에 대한 대학의 신뢰가 무너진 점"이라며 "2008학년도 대입까지는 내신을 되살릴 획기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대학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귀식 서울시 교육위원은 "고교나 대학은 이번 논쟁에 대해 주장도 있겠지만 책임도 다 있다"며 "이것에 대해 가닥을 잡을 중심체가 필요한데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부총리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녕.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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