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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독자 인기끈 통속소설 문단선 외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MBC-TV는 8, 9일 창사특집극으로 '가시고기' 를 방영했다. 조창인씨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이 작품은 아들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바친 헌신적인 아버지의 사랑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또 연말연시를 맞은 극장가에서는 '순애보' '불후의 명작' '하루' '선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 관객의 눈물샘을 터뜨리는 멜로물들이 잇따라 걸린다.

이같이 멜로물이 안방과 영화가를 주도하는 것은 장편소설 '가시고기' 와 '국화꽃 향기' 가 올해의 독서시장을 이끈 데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소설은 문단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독자들의 여린 감성에 호소만 하는, 한 줌의 고려 여지가 없는 대중.통속 소설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남성의 여성 편력이나 가정을 가진 여성의 또다른 사랑 등 통념상 불륜을 다룬 소설들은 문학평론가들의 주목은 받았지만 정작 독자들로부터는 외면을 당하고 있다.

이같이 통속소설이 읽히고 본격소설은 안팔리는 현상에 대해 문단에서는 '문학 위기론' 만 내세우며 스스로 잔뜩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소설 역시 소설이요, 문학이다. 물론 본격소설에 비해 인생과 사회에 대한 성찰의 깊이는 매우 얕다.

그러나 이들 작품 역시 영상 작품 등 다른 대중 예술에 비할 때 문학의 특장을 다 갖추고 있다. 이들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감동이 있었기에 그 감동이 TV.영화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가시고기' 나 '국화꽃 향기' 를 다시 곰곰 읽었을 때 작가들이 통속적 요소 못지않게 독자들에게 문학적 반성의 공간과 글의 향기를 위해 애쓴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또 몇년 전에 나온 같은 유형의 소설들 보다는 한 단계 높은 문학성을 띠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격문단에서도 이제 이들 작품을 끌어안는 비평적 시각을 보낸다면 대중문학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고 문학 독자의 층도 넓히며 문학위기론이 가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철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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