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론' 봉합, 민주당 곳곳서 파열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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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일 민주당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 '2선 퇴진론' 파문은 일단 봉합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후유증을 예고하듯 당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왔다.

최고위원회의 회의장 앞에는 '친권(親權)파' 당원 30여명이 몰려들어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과 집단 면담을 요구하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도 있었다.

◇권노갑.정동영의 어색한 악수〓두 위원은 지난 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이후 5일 만에 대면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회의에 앞서 "우리 당이 마치 파벌이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비춰진 것은 유감" 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鄭위원은 權위원을 바라보며 "나의 충정을 오해하지 마시라" 고 말했다.

權위원은 "鄭위원을 믿는다" 고 짤막하게 대꾸했다. 회의 후 두 사람은 사진기자들을 위해 악수하는 포즈를 취했지만 어색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회의 도중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았으며, 權위원은 감정을 억제하려는 듯 이따금 눈을 감았다고 한 최고위원은 전했다.

◇고개 든 최고위원 무용론〓회의에서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들이 당을 이 따위로 운영해선 안된다" 고 소리쳤다. 국가보안법 문제로 정대철(鄭大哲)위원과 논란을 벌이던 중 터진 고성이었다.

李의장은 국가보안법 개정 범위.절차와 관련해 鄭위원과 의견 충돌이 계속되자 "최고위원들이 법안 내용조차 잘 모른다" 고 고함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李의장은 "국회가 밤 늦게까지 계속돼도 의원들을 격려해준 최고위원들은 한명도 없었다" 며 불만을 나타냈었다.

한 당직자는 "김대중 대통령이 '최고위원들에게 당을 맡겼는데 자꾸 당의 문제를 나에게 가져오니 답답하다' 고 말한 뒤 최고위원들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분위기" 라고 말했다.

◇목소리 낮춘 이인제〓6일 권노갑 위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던 이인제(李仁濟)위원은 이날 침묵을 지켰다.

그는 당 내분 수습 방안을 묻는 기자들에게 "당사자들이 해명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면서 "나에게 자꾸 의견을 묻지 말라. 얘기하지 않겠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도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李위원이 '친권파' 로 거론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낀 것 같다" 며 "李위원으로선 權위원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당내 개혁.소장세력의 반발 가능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 이라고 해석했다.

◇ 친권파의 시위=權위원을 지지하는 중앙당 전.현직 부위원장 80여명은 '鄭위원 발언은 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해당행위' 라는 비난성명을 냈다.

이들 중 30여명은 "鄭위원이 權위원을 김현철에 비유한 데 대해 사과받겠다" 며 최고위원회의 회의장 앞에서 진을 쳤으나 당직자들의 만류로 1시간 만에 돌아갔다.

權위원과 절친한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이날 경북도지부 후원회에서 "나는 자리에 조금도 연연하지 않으며, 당명이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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