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명품 드레스 그 이상, 모던 한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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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누비 저고리와 실크 치마 안엔 망사 스커트와 색색깔의 무지기치마를 겹쳐 입었다. 여기에 양털 케이프와 토시로 모던 한복의 멋을 더한다.

한복도 요즘 옷처럼 섞어 입고(믹스 앤드 매치) 겹쳐 입을(레이어드) 수 있다. 소재도 실크 일변도가 아니다. 이탈리아산 레이스, 프랑스산 망사, 면과 린넨이 쓰인다. 단순한 파괴 실험이나 개량한복이냐고? 아니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39·차이 대표)씨가 만드는, 일명 ‘모던 한복’이다. “한복은 그저 패션일 뿐”이라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한복 디자인에서 ‘전통’으로 규정된 방식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감성과 트렌드를 따른다. “한복은 이 시대 최고의 오트 쿠튀르(맞춤 정장)예요.” 이 젊은 디자이너의 ‘한복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어봤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박재형 프리랜서 모델=손가영(탤런트)

소재? 구애받지 않는다

이탈리아산 레이스로 만든 저고리는 섹시하다. 몸에 붙으면서 살이 비치는 관능적인 소재인 레이스를 서양 옷에만 쓸 이유는 없다. 요즘은 결혼식 예복으로 많이 활용되는 한복에 결혼식 드레스로 많이 쓰이는 레이스를 썼다. 레이스에 양털을 붙여 케이프로도 만들고, 치마 밑단에 덧대 장식으로도 쓴다. 발레리나의 스커트 같은 망사 치마도 한복처럼 만들면 한복이다. 벨벳 두루마기, 밍크로 장식을 댄 토시…. 어떤 소재든 한복이 된다.

세트? 치마저고리를 다르게 입는다

색깔만 달리한 채 저고리·치마를 같은 원단으로 만드는 한복의 공식도 더 이상 공식이 아니다. 청바지에 티셔츠처럼 저고리와 치마를 단품으로 따로따로 입는다. 김씨는 “단품으로 입는 건 오히려 전통을 살리는 방식이다. 한복이 일상복이었던 옛날엔 위아래 옷을 따로 빨고 따로 입었다”고 주장했다. 입는 방법은 광택이 나는 모본단엔 차분한 느낌의 명주를 짝짓고, 부드러운 실크엔 버석거리는 모시를 맞추는 식이다. 파스텔톤이 이런 ‘믹스 앤드 매치’를 더 자연스럽게 해준다.

한복 겹쳐입기? 진짜 멋지다

겹쳐입기야말로 한복의 풍성함과 소재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좋은 옷입기 방법이다. 3~5겹 치마는 반죽을 층층이 쌓아 구운 파이를 보는 듯하다. 노방·모시·오간자(모시에 실크·한지를 섞어 만든 소재) 등 서로 다른 천을 겹친다거나, 꽃무늬가 프린트 된 린넨 위에 속이 비치는 오간자를 얹는 식이다. 저고리도 겹쳐 입는다. 모보단·모시에 레이스를 더해 저고리를 만들고, 여름용 비단인 숙고사·생초 저고리 두 개를 덧입는 것. 아예 속옷을 슬쩍 내비치는 멋도 부린다. 아랫단을 색색깔로 켜켜이 덧댄 속옷 ‘무지기 치마’를 입을 때 겉치마의 트임을 크게 해 안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1 결혼식 예복 한복. 레이스 저고리를 입고 코사지·베일로 머리를 장식했다. 2 비단 두루마기 소매에 벨벳을 덧대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검정 퍼는 포인트. 3 벨벳 연화무늬 두루마기에 망사로 만든 발레리나식 치마를 짝지었다.


모던? 그 뿌리는 전통이다

모던 한복은 ‘개량’도 ‘개조’도 아니다. 그 형태는 삼국시대·조선시대 복식에서 따왔다. 좁은 소매에 달라붙는 저고리, 항아리 모양 치마는 18세기 신윤복의 그림을 보면 낯설지 않다. 항아리 치마는 한복 하면 생각나는 A라인 치마보다 몸의 비례감을 더 살려준다고 김씨는 설명한다. 치마 뒤에 주름을 잡아 부풀리는 디자인은 외국의 버슬(bustle) 드레스를 변형한 것이 아닌 16세기 정경부인들이 입었던 의례용 치마를 재현한 것이다. 저고리를 입고 치마를 덮어 입는 방식도 역발상 스타일링 같지만 통일신라시대의 복식을 드레스에 접목시켰을 뿐이다.

[TIP] 한복 입을 땐 평소보다 밝게 화장하세요

한복은 화려한 색상과 문양이 많아 흰 피부가 어울린다. 초록·흰색의 메이크업 베이스를 써서 피부색을 평소보다 한 톤 밝게 만들어주면 된다. 이때 한복의 동정선을 따라 드러나는 목 부분도 신경 쓸 것. 파우더를 발라 목과 얼굴의 경계 없애준다. 아이섀도·립스틱은 되도록 저고리 색깔에 맞추고, 눈썹은 한복의 곡선을 고려해 굵지 않은 아치형으로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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