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러시아에 군함 판매 결정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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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프랑스가 8일 러시아에 상륙작전용 첨단 군함을 판매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미국과 친(親)서방의 러시아 주변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2만3000t ‘미스트랄’급 군함의 러시아 판매를 최종 승인했으며 같은 급의 군함 3척을 추가 판매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중반부터 프랑스 군함 구매와 관련한 협상을 벌여 왔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무기를 도입하기는 처음이다. 러시아는 이번 거래를 통해 노후한 함대 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군함 건조와 관련한 서방의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러시아 해군사령관은 “2008년 8월 그루지야와의 전쟁 당시 이런 군함이 있었다면 우크라이나의 세바스토폴항에서 그루지야로 러시아군을 이동시키는 데 26시간이 아니라 40분이면 충분했을 것”이라며 군함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척당 가격이 5억 유로(약 8000억원)에 이르는 미스트랄급 군함은 16대의 헬기와 13대의 탱크, 450명의 병력을 최대 2만㎞ 거리까지 수송해 상륙작전을 펼칠 수 있다. 프랑스는 2006년부터 2척을 실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에 판매할 군함은 추가로 건조해 공급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해당 군함을 3일 동안 러시아 북부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보내 현지 전문가들에게 선보이는 성의까지 보였다.

하지만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2004년 나토에 가입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친 서방 성향의 그루지야 등은 러시아에 판매된 프랑스 군함이 반(反)러 성향 국가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루지야 정부는 이날 “다른 나라를 점령했던 국가에 군함을 판매하는 것은 좋은 발상이 아니다”며 프랑스 정부를 비난했다. 미국 국방부도 “동유럽 동맹국들의 우려가 크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6명은 지난해 말 워싱턴 주재 프랑스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군함 판매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의 면담에서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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