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01년 투자확대로 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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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삼성전자가 내년에도 투자와 수출을 크게 늘리는 공격 경영을 하기로 했다.

내년 매출목표를 사상 최대 호황으로 기록될 올해 예상액(34조원)보다 9% 늘어난 37조원으로, 수출은 올해(2백10억달러)보다 19% 많은 2백50억달러로 잡았다.

신규 투자도 줄일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6조4천억원)보다 1조3천억원 많은 7조7천억원으로 늘려 반도체 시황 등에 따라 신축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李健熙)삼성 회장 주재로 27, 28일 이틀 동안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 자리엔 윤종용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이윤우.진대제 사장 등 전 사업부문 대표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참석했다.

李회장이 해외에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 2월 20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 전략회의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내년 경영목표를 '디지털.e-컴퍼니' 실현으로 정하고 반도체.정보통신 등 부문별로 세계 일류화전략을 다시 짜기로 했다.

또 삼성전자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수출증대.무역수지 개선과 실적을 통한 주가관리에 힘쓰기로 했다.

李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위기를 경쟁력 차별화의 기회로 활용해 핵심부문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면서 "특히 국내 대표기업으로서 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적극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사장단은 부문별로 ▶세계 최저 수준의 원가구조를 갖춘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격차를 더욱 늘리고▶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는 제품값이 절반으로 떨어져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능률을 갖추는 데 힘쓰기로 했다.

또 ▶완제품 부문에서 세계 최고 제품(일류화)의 가능성이 있는 휴대폰은 디자인과 소지자 기호 예측 등을 강화해 마케팅력을 기르고▶디지털TV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해 일본 업체에 맞서기로 했다.

이번 전략회의는 일본 히타치.NEC의 합병, LG.필립스의 브라운관 합작법인 설립 등 반도체.정보통신 다국적기업의 짝짓기 움직임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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