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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분해 규명 … 난치병 치료 길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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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올해 노벨화학상의 키워드는 '유비퀴틴'이란 조그만 단백질이다. 효모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박테리아보다 고등한 생물체의 세포 내 어디서든 거의 같은 형태로 보존돼 있어 '어디에나 있는(ubiquitous)'이란 의미에서 '유비퀴틴'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단백질의 별명은 유별나다. 바로 '죽음의 키스'다. 세포 내 변형된 단백질이나 수명이 다한 단백질이 유비퀴틴과 만나게 되면 '단백질 폐기장'으로 불리는 '프로테아좀(Proteasome)'에서 완전 분해되는 운명을 거부할 수 없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유비퀴틴의 발견 덕분에 인체의 세포 내에서 어떤 단백질이 분해되고 어떤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는지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자궁경부암과 낭포성 섬유증 같은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유비퀴틴이 치료제로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골수암 치료제로 '벨케이드'라는 약품의 판매를 허가했다. 벨케이드는 유비퀴틴과 공조하는 프로테아좀에 작용하는 약이다.

서울대 설재홍(생명과학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조직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없어지지 않고 축적되기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라며 "예를 들어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만 제거하도록 유비퀴틴을 응용하면 알츠하이머병의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드샤이스 연구팀은 특정 단백질에 선별적으로 유비퀴틴을 갖다붙여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지난해 10월 '분자세포프로테오믹스'에 실렸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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