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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도마 오른 ‘법조인 막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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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9세 판사가 68세 원고에게 법정에서 “버릇없다”고 모욕한 발언이 국가인권위를 통해 알려진 이후 법조인들의 막말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인권위에 접수된 상담 건수를 보면 법원보다 검찰에서 인권 침해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7월부터 1년간 접수된 막말·모욕·가혹행위 등 검찰 관련 인권 침해 상담 건수는 252건이나 됐다. 이는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법원에서의 인권 침해 상담 건수(18건)의 14배에 이르는 것이다. 인권위의 2008년 인권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한 상담 신청인은 검찰청의 출석 요청 전화를 받고 집 앞을 나오다 수사관들에게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 등으로 폭행당해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청에 도착한 뒤 “몸이 아파 죽겠다”고 호소했지만 수사관으로부터 “뒈져라”는 말만 들었다고 진정했다.

2006년 9월에는 검사로부터 심한 폭언을 들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검사가 “검찰청에 나와서도 건방지구나. 이 XX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검사 앞에서 훈계하려고 하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한 민원인은 “검찰 수사관이 ‘네 성씨들은 머리가 너처럼 둔하냐’고 말해 심한 모욕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예전에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폭행이 비일비재했다. 요즘은 그런 일이 없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반말을 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을 주는 행태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대검찰청 조은석 대변인은 “검찰과 관련한 인권상담 사례 중 대부분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다”며 “현재의 검찰 모습은 과거와 비교하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요즘엔 조사 과정을 CCTV로 찍기 때문에 욕설이나 막말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변협은 ‘버릇없다’는 판사의 발언과 관련해 7일 성명을 내고 “법원에서의 사건 관계인에 대한 모욕 행위를 막기 위해 재판 과정을 동영상으로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이명숙 인권이사는 “서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방에선 옛날 고을 원님 같은 대접을 받았던 판사들의 막말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전진배·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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