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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부시·고어 "갈 데까지 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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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언론은 작금의 대선상황을 "두 후보가 롤러코스터(청룡열차 같은 것)를 타고 있다" 고 묘사한다. 법원 결정과 검표결과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린다는 뜻이다.

수작업 재검표 마감시한이 26일 오후 5시(한국시간 27일 오전 7시)로 다가왔지만 확실한 사실은 그것이 종료가 아니라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란 점이다. 26일 오전까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리드 폭은 4백8표로 줄어들었다. 두 후보 모두 소송 하나하나에 운명이 걸려 있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부시는 수작업 재검표에서 역전당할 경우에 대비해 세겹의 방어망을 쳐놓고 있다. 1차는 5개 카운티에 제기해 놓고 있는 해외부재자 투표 추가개표 요구 소송이다. 부시측은 우편 소인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효처리된 해외부재자 투표가 유효표로 인정되면 수백표를 추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들 대부분은 2대1 이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군인표이기 때문이다.

2차 방어망은 12월 1일 심리를 개시하는 연방대법원 소송이다. 만약 대법원이 부시측 요구를 수용해 수검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 부시는 그것으로 승리를 굳힐 공산이 크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로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더 이상의 투쟁수단이 별로 없다.

부시는 대법원에서 지면 3차 전선으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의회의 전격작전을 생각하고 있다.

역시 공화당원인 캐서린 해리스 주내무장관으로 하여금 당선자 확정 발표를 하지 않도록 하고, 대신 주의회가 자신을 지지하는 선거인단 25명을 선출하도록 한다는 비상처방이다.

공화당 소속인 톰 피니 주하원의장은 선거인단 선출의 최종책임을 주의회가 갖고 있다는 연방헌법 제2조를 거론하고 있다.

고어측은 26일 마감되는 수검표에서 패하면 불복 소송을 낸다는 전략이며 사실상 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마이애미-데이드가 다시 수검표를 하고 팜비치 카운티가 소위 '보조개 표(dimpled ballots.천공하려던 자국만 있는 표)' 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최종 역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고어 진영은 팜비치 카운티의 혼란스런 투표용지와 관련해 주 제4항소법원에 재투표를 청원해 놓고 있으나 전망이 어둡다.

고어측은 또 기술적 이유를 들어 세미놀 카운티 법원에 부시 표로 인정된 약 4천7백여 부재자 투표를 무효 선언해 주도록 요청하고 있으나 이 또한 승산 가능성이 희박하다.

고어에게는 연방대법원 소송과 주의회 싸움이 모두 '성사시켜야 되는 문제가 아니라 막아내야 하는 '방어전이다.

고어는 플로리다 주가 시한인 12월 12일까지 선거인단 선출을 못해 12월 18일 나머지 주만의 선거인단 투표로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상황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부시측은 주의회를 통해 어떻게 해서든지 선거인단을 뽑아놓을 것이다. 그럴 경우 제2차 연방대법원 소송전이 예상된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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