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상호금고 표정] 주변상인들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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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4일 서울 을지로 열린상호신용금고에는 새벽부터 예금주들이 몰려 들어 금고 직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에만 5백여명이 사무실에 찾아왔고 "예금이 안전하냐" 고 묻는 전화도 하루 내내 이어졌다.

오전 9시쯤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이 금고 사무실 정문에 업무정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부근 의류상가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金모(40.여)씨는 "2천만원을 적립해 두고 있다" 며 "월말이라 물건값.관리비 등을 내려면 당장 돈을 인출해야 하는데…" 라며 울먹였다.

5천4백만원을 저축해 놓았다는 朴모(54)씨는 "이자율이 높다고 해 일부러 은행에 있는 돈을 이 금고로 옮겨 놓았는데 이런 일이 터질지 몰랐다" 며 "언제쯤 돈을 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금주 중에는 지방에서 온 사람도 적지 않다. 주부 金모(44.부산시 해운대구)씨는 "열린금고의 재정상태가 좋은 것으로 소문나 일부러 서울까지 올라와 남편의 명예퇴직금을 모두 예치했다" 며 "같은 동네에서도 20여명이 돈을 맡겨 두고 있다" 고 말했다.

금고 직원 洪모씨는 "이달 초 금융감독원 감사가 나온 뒤 진승현씨가 불법대출한 돈을 다음 주까지 상환하겠다고 약속해 사태가 잘 해결될 줄 알았다" 며 "금융기관이 신용을 최대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데 고객들에게 죄송할 뿐" 이라고 말했다.

하재식.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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