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청백봉사상 대상에 이태성 주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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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공직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합니다. "

제24회 청백봉사상 대상을 받은 부산시 중구청 민원봉사과 주사보(7급) 이태성(李泰星.42)씨. 그는 소아마비로 두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다니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러나 성한 사람들보다 더 바삐 움직이며 행정 전산화와 봉사에 앞장서 몇사람 몫을 해내고 있다.

1986년 경성대를 졸업한 그는 장애인이란 이유 때문에 기업체나 공무원 시험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2년의 도전 끝에 공무원 생활(9급)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동사무소를 찾아온 민원인들이 李씨를 보고 당황해 다른 직원을 찾는 일이 자주 있었다. 신체적 어려움 때문에 다른 직원들보다 일처리에서 뒤진다는 평가가 그를 한동안 괴롭혔다.

李씨가 컴퓨터에 몰두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컴퓨터 도사' 가 되면서 자신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89년 첫 근무지였던 부산시 금정구 부곡3동에서 주민등록 업무 전산화 작업을 맡았다. 신속.정확한 처리 덕분에 주민등록 전산화 최우수동으로 선정됐다.

94년에는 과태료 체납부 전산화 프로그램을 완성, 세외 수입을 2억5천만원 가량 늘리는데 일조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우려를 씻어내게 됐다. 4년 전 7급으로 승진, 부산시 중구청에 근무하면서 본격적인 서비스 행정을 펼치기 시작했다.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 구청을 찾은 주민들의 불편을 점검해 친절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민원실에 장애인 전용창구를 개설하고 점자판.이동식 휠체어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몸소 느낀 불편함을 행정에 반영했다.

사무실 밖에선 박봉을 아껴 불우한 이웃에 학비.생활비를 지원했다. 98년에는 10여년 동안 저축한 3천6백여만원으로 경남 양산시에 26평짜리 아파트를 빌려 '장애인 정보화교육장' 을 마련, 운영 중이다. 지난 4월 '올해의 장애인 극복상' 을 받았다.

李씨는 "이번 상을 계기로 부산의 경제와 기업에 도움이 되는 행정 전산화에 앞장서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문학을 하는 장애인인 부인 장진순(44)씨와 1남1녀.

이경희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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