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학교 공사 비리 … 행정실장이 4000만원 뒷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잇따라 터진 비리로 인해 지역교육장 11명 등 고위 간부 17명이 보직사퇴서를 제출한 서울시교육청 관내에서 또다시 학교공사 관련 비리가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학교 보수공사를 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성북구 H고교의 행정실장 한모(52)씨를 5일 구속했다.

한씨는 2008년 말 J사 운영자 김모(51)씨로부터 “학교 외벽 보수 공사와 옥상 난간 교체 공사를 맡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4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J사 등은 시설물 관리와 계약업무 등을 총괄하는 한씨의 도움으로 4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0월부터 학교 공사와 관련한 비리를 수사해 서울시교육청 직원 2명과 사립학교 직원 1명, 시의원 2명 등 모두 8명을 구속했다.

이처럼 학교 관련 비리가 계속 불거지자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교육과학기술부가 부랴부랴 나섰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교육계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교육계 특유의 ‘제 식구 감싸기’ 탓”이라며 “교과부 감사관을 공모직으로 바꿔 법조인과 감사원 감사관 등을 임용 가능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또 시·도교육청의 감사담당관(4급) 역시 외부인사 임용을 추진키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 감사담당관의 임명권을 가진 교육감에게 최대한 외부인사를 영입하도록 강력히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교과부 차관도 이날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교육청별로 감사 업무 경험이 있는 학부모를 교육청 감사에 참여시키고, 제보가 들어올 경우 공무원과 공동 조사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감사 책임자를 외부 인사로 대체하려는 교과부 방안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외부 감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제대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현 직위보다 대우가 나쁜 감사관에 응모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감사 실무 담당자들은 놓아둔 채 감사관만 바꾸는 것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즉흥적인 대처라는 지적도 나왔다.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방과후 학교 관련 비리를 저지른 교장 4명을 직위해제했다.

김성탁·김민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