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화 패러디 '미술관에 간 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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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린 시절, 교과서나 벽에 붙은 포스터 속의 유관순 열사 얼굴에 수염을 그려넣거나 이순신 장군 초상화에 안경.콧물 따위를 그려넣고 킥킥대던 즐거움을 기억하는지. 본래 아이들의 장난기를 말릴 수 없지 않은가.

세계 명화들을 패러디한 그림책 '미술관에 간 윌리' 는 그런 엉뚱한 즐거움 때문에 어른들부터 먼저 무릎을 치게 만든다.

'비너스의 탄생' '이삭줍기' '모나리자' 등이 꼬마 침팬지 윌리의 장난에 어떻게 '놀아나는지'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를테면 모나리자의 미소는 할머니 고릴라의 미소로 둔갑을 한다.

원작들을 전혀 모르는 아이들도 알록달록한 조끼를 입은 귀여운 주인공 윌리가 미술관을 다녀온 뒤 '감명' 을 받아 자신을 주인공으로 다시 그려본다는 이야기 구조 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들도록 해 놓았다.

주인공뿐 아니라 그림의 배경과 소품들도 엉뚱한 것으로 바꾸고 명화들을 절묘하게 '짬뽕' 해놓기도 했다.

올해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상' 수상자이기도 한 영국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기발한 상상력이 감탄스럽다.

그가 장난 친 그림들도 매우 정교한 편이다. 책 enl편에 짧은 설명과 함께 소개돼 있는 원작들을 보고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찬찬히 그림책을 보게 하면 좋을 듯 싶다.

미술관에 다녀온 우리 아이들은 어떤 '작품' 들을 만들어낼까?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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