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전화선 "달라진 모습 봐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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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생 김영환(9)군은 공부방으로 들어가 컴퓨터의 전원을 벽에 설치된 소켓에 꽂는다.

초고속 인터넷망에 연결되지 않았지만 컴퓨터의 화면엔 '인터넷과 홈네트워크' 에 연결됐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뜬다. 마우스를 움직여 인터넷 아이콘을 선택한 뒤 어머니에게 e-메일을 보낸다.

안방에 있던 어머니는 마찬가지로 전원만 연결된 TV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다가 아들의 e-메일을 받는다.

전력선으로 인터넷을 하고, 전화선으로 전력 검침을 하는 세상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앞으론 뭐가 전원이고, 통신망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방마다 설치된 구멍 두 개(2백20V) 뚫린 소켓이 전원 공급은 물론 인터넷망과 홈네트워크를 만들어 준다.

반대로 전화선으로 가정의 전력.가스.수도의 사용량을 체크하고, 고지서를 발급하며, 금융기관을 통해 수금까지 할 수 있게 된다.

◇ 전력선으로 인터넷=내년 상반기 제주도 1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가 이뤄진다.

한국전기연구소.기인텔레콤.한국전력.서울대.LG전자 등 민관 합동으로 지난해 말부터 '전력선 인터넷' 이란 국책과제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전력선 인터넷은 가정이나 사무실의 소켓에 전원선을 꽂으면 음성.데이터.인터넷 등을 고속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TV.전화.PC 등 가정의 모든 정보기기를 연결하는 홈네트워크까지 가능하다. 전원과 통신 데이터를 나눠주는 모뎀이나 시스템 등 별도의 장치만 있으면 된다.

기술적으론 ▶PAL(Power Line Communcation)▶PAN(Power Area Network)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다.

PAL이 전력선 자체에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반면, PAN은 전선 주위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자기장을 정보의 통로로 활용한다.

국내에서는 PAL방식을 개발 중인데, 국책과제 외에도 한국통신과 벤처기업인 피엘콤이 공동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기인텔레콤의 이기원사장은 "전력선은 세계 어디서나 보급률이 큰 도구라 경쟁력이 뛰어난 정보통로" 라며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지 않은 낙후지역이나 전화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는 특히 효과적" 이라고 설명했다.

◇ 전화선으로 원격검침=최근 광주과학기술원 김기선 박사팀과 벤처기업인 블루맥스커뮤니케이션사는 전화선을 통해 가정이나 사무실의 전력.가스.수도 이용량을 체크하는 기술을 개발, 내년 상용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원리는 한전 등에서 전화 통화가 뜸한 자정 이후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원격검침 명령을 내리면, 가정이나 기업으로 연결된 전화선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 전력.가스.수도계량기엔 전화선과 연결된 원격검침 장치가 설치돼 벨이 울리지 않으면서 8초 이내에 정보를 체크해 전송해준다. 요금 고지서를 보내거나 수금하는 과정까지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블루맥스의 한명국 사장은 "기존 검침에는 많은 인력과 기록 오류, 빈 집의 미검침 등의 문제가 많았다" 며 "현재 일본의 전력.위성 전문업체인 시스템박스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고 말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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