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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현대 자구' 정부 중재로 실마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현대건설의 자구방안이 숱한 우여곡절 끝에 곧 마련돼 최종안이 나올 전망이다.

현대측이 추진해온 자구방안에 대해 현대자동차.중공업이 지원을 꺼리면서 난항이 거듭됐으나 정부가 중재에 나서 실마리를 찾게 된 것.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5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측과 차례로 접촉해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협조' 를 설득,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 현대의 희망〓현대는 건설 자구방안의 일환으로 현대전자를 독립기업 형태로 조기 계열분리해 해외에 매각하고, 카오디오 업체인 현대오토넷은 현대차에 넘기며, 인천철구공장은 인천제철에 파는 그림을 추진해왔다.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은 15일 현대건설의 이사회가 끝난 뒤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金위원장은 이밖에도 ▶서울 계동 현대사옥을 현대중공업이나 현대모비스에 팔고▶현대건설의 해외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분사 형태로 1천억원에 매각하며▶분당 하이페리온 아파트 신축 토지 대여금(4백50억원)을 회수하겠다고 말했다.

◇ 계열.관계사 입장〓이에 대해 현대차는 15일 낮까지만 해도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 고 일축했으며, 중공업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현대종합상사.현대오토넷.현대전자 지분 매각은 형제 계열사와의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김재수 위원장도 이를 인정하며 "정몽헌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곧 만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측은 ▶현대가 자구방안을 발표하기 전에 만나면 현대건설을 지원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곤란하며▶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토넷은 인수해도 자동차 경영에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서울 계동 현대사옥 매입도 자동차.중공업 모두 '관심이 없다' 고 밝혔었다.

◇ 정부의 막판 중재〓이근영 금감위원장은 15일 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조용히 만나 "현대건설을 살리려면 협조가 불가피하다" 는 점을 설득했다.

鄭회장도 "현대의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하겠다" 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준 고문측은 좀더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마지막 관건이 돼왔던 형제 회사들의 현대건설 지원이 가시화하면서 현대건설의 자구안 마련도 곧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전자의 계열분리와 매각은 급류를 탈 전망이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전자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기보다 외자유치를 통한 계열분리를 검토 중" 이라고 설명했다.

연결고리가 있는 해외 컨소시엄에 지분을 넘기면서 공동 경영을 꾀하겠다는 생각인데, 그래도 일단 지분이 넘어가면 경영권을 지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돈을 더 받고 팔 가능성도 있다.

현대는 이에 앞서 현대투신증권.현대증권.현대투신운용 등 금융 부문에 미국 AIG로부터 10억달러를 유치하려다 결국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2002년 상반기까지 계열분리하기로 했다.

이 또한 시기가 빨라질 것이고, 현대전자와 금융 계열사가 떨어져 나가면 현대그룹에는 사실상 현대상선과 현대건설 등만 남게 된다.

김시래.김동섭.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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