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적게 먹고 운동하면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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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80%만 채우면 의사가 필요없다.'

남들보다 적게 먹는 사람들의 건강 격언이다. 절식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가장 확실한 장수의 비결. 쥐나 침팬지에 대한 연구이긴 하지만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각종 성인병 예방은 물론 수명을 최고 두배까지 늘린다. 영양과잉시대, 절식을 통해 건강을 다지고 절약의 정신을 터득해보자.

◇ 과학적인 근거〓세계적인 노화연구가인 미텍사스주립대 유병팔 박사의 절식에 대한 연구는 유명하다.

마음대로 먹게 한 쥐그룹의 하루 이동거리는 2백m. 그러나 40%까지 식사량을 줄인 쥐는 매일 4㎞를 달릴 정도로 높은 활동력을 보였다. 물론 수명도 적게 먹인 쥐들이 30%정도 길었다.

재미있는 것은 암에 대한 저항력. 포식군과 절식군에 똑같이 방사능을 쪼인 결과 배부른 쥐들은 1백%로 암이 발생한데 반해 절식 쥐들은 23%만 암으로 죽었다. 심장병이나 당뇨.장병 발생률도 절식군이 현격하게 낮았다.

절식의 건강효과를 전문가들은 활성산소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이영진 교수는 "체내에 남은 음식물의 부산물이 유해한 활성산소를 만들어 각 장기들을 공격해 노화를 촉진하고 면역력도 떨어뜨린다" 고 설명한다.

한방에서도 과식은 건강의 적이다. 경희대한방병원장 신현대 교수는 "위장과 비장의 기운을 중기(中氣)라고 하는데 음식물이 몸에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면 소화를 위해 중기가 지나치게 소모돼 몸전체의 기능이 떨어진다" 고 말했다.

◇ 얼마나 줄일까〓유박사는 성장기가 지난 원숭이를 10.20.30% 절식군으로 나눠 실험을 했다. 결과는 30% 절식군에서 수명연장 효과가 가장 높았다.

평소 먹는 식사의 30%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이에 대해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이영진 교수는 "10% 절식을 하고 운동을 하면 25~30%의 절식효과를 볼 수 있다" 고 말한다.

먹는 즐거움과 운동 효과를 절묘하게 조화시키자는 것. 그렇다면 개인별로 얼마나 줄이면 좋을까. 우선 계산해야 할 것이 각자의 기본 칼로리다. 이를 알려면 체중(㎏)×24를 하면 된다.

이 수치가 바로 우리가 체온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 칼로리다.

여기에 각자의 운동량에 따라 필요한 칼로리를 더한다. 가벼운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앞서 나온 기본 칼로리에 30%, 즉 0.3을 곱하면 된다.

심하게 운동하는 사람은 0.4를 곱한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70㎏의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70×24〓1680㎉→1680×0. 3〓504㎉, 1680+504〓2184㎉. 이를 기준해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면 된다).

◇ 무엇을 먹을까〓일본 규슈대 의학부의 영양소별 수명연장 실험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였다.

식사의 70%를 탄수화물로 채운 절식의 경우가 가장 오래 살았다는 것. 지방을 중심으로 한 절식에서도 효과는 있었지만 탄수화물에 미치지 못했다.

이상적인 구성은 탄수화물 : 지방 : 단백질의 비율이 63%:25%:12%일 때. 식품별로는 탄수화물과 콩류를 4, 야채.과일.해조류.버섯을 2, 고기.생선.계란.치즈 등의 동물성 식품을 1의 비율로 추천했다.

삼성서울병원 영양사 이혜진씨는 "식사량을 줄일 때는 식사의 질을 높여야 된다" 며 "반드시 비타민.미네랄.필수 아미노산.필수 지방산을 섭취하고, 인스턴트 식품과 술.담배.카페인음료 등은 절제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영진 교수가 추천하는 식사는 우리 전통음식의 소박한 밥상. 탄수화물 중심이면서 된장.김치와 같은 발효음식이 들어있고, 야채를 통해 각종 미량원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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