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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호젓한 정동진 이젠 그저그런 행락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들과 정동진에 갔던 기억이 있다.

모방송사의 드라마 배경이 된 뒤로 지금은 정동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 때만 해도 정동진을 가려면 강릉에서 두칸짜리 비둘기호를 타고 10분 정도를 더 가야 할 정도로 낯선 곳이었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당시에 상가란 조그만 구멍가게가 전부였다.

얼마 전 부푼 기대를 안고 그 정동진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내가 다시 찾은 정동진은 철저히 성형수술을 받은 뒤였다. 여기저기에서 춤을 추는 현란한 불빛이 손짓하고 있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카페.노래방 등에서는 애초 정동진이 갖고 있던 운치와 낭만을 찾기는 힘들었다. 우리 모두가 정동진에 칼을 들이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갑한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고도 꼭 노래방에 가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한다. 과연 이대로 가면 자연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것들이 남아 있을까.

편익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좋지만 당국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관광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강민정.협성대 광고홍보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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