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서울대 많이 보낸 지방 일반고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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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에 있는 고려고는 올해(2010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합격생 12명을 배출했다. 광주과학고(11명)를 추월해 광주지역 1위로 뛰어올랐다. 1987년 문을 연 이 학교는 20여 년 동안 영어·수학 수준별 이동수업을 해왔다. 교사들은 학생 수준에 맞춰 참고 교재도 만들었다. 윤대웅 교장은 “ 학부모간담회를 통해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말고 학교에 맡겨 달라고 부탁한다”며 “반신반의하던 학부모들이 6개월만 지나면 교사들의 열정을 믿고 학원을 끊는다”고 말했다.

고려고 재학생의 90%는 학원에 가지 않고 오후 10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한다. 방과 후에는 교사들이 남아 수준별 심화 강의를 한다.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도 특수목적고 쏠림 현상은 두드러졌다. 하지만 평범한 학생을 받은 일반고, 특히 지방 고교도 약진했다. 안산동산고(21명), 대구 경신고(13명), 대전 충남고(12명) 등의 발전이 돋보였다. 이들 지방 명문고의 공통점은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보다 학교를 믿고 ▶수준별 맞춤교육을 하며 ▶교사들의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이었다.

합격자 배출 상위 20개 고교 중 유일한 일반고인 안산동산고는 1995년 설립될 당시만 해도 입학고사 200점 만점에 100점을 맞은 학생도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5명 많은 21명을 합격시 켰다.

김종배 교장은 “1학년 때부터 성적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과학 논문도 작성하는 탐구수업을 한다”며 “1년에 책 50권 이상을 읽게 하고 논술을 쓰게 해 창의력을 키워준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합격생이 지난해 8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난 충남고는 전교생이 ‘핵심노트’를 만든다. 매일 배운 중요 내용을 적고, 방과 후에는 심화학습을 한다. 김종석 교사는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인근 대학생들이 강의도 한다”며 “학원에 갈 필요가 없도록 학교에 시스템을 갖춘 것이 성과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성탁·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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