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수강료 현금 강요 … 탈루 … 부인·친구 강사로 등록 돈 빼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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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에서 과학고 입시, 수학경시대회 준비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박모(50)씨는 학부모들에게 시간당 100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현금으로 내라고 강요했다. 그런 뒤 2억원에 달하는 수강료를 부인 명의 통장에 입금하게 하는 방식으로 빼돌렸다. 또 부인과 친구를 직원으로 등록하고는 임금을 준 것처럼 꾸며 1억원을 챙겼다. 박씨는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이 국세청에 적발돼 소득세 1억원을 추징당했다.

경기도의 한 입시학원도 특강 명목으로 별도 강좌를 개설한 뒤 20억원의 수강료를 현금으로만 받아 친인척 명의 계좌에 넣어두었다가 적발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일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에 벌인 ‘학원 불법영업 단속실적’을 발표했다. 합동단속은 지난해 7월 교과부가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학원 운영의 투명성 강화 방안’에 따른 조치였다.

단속 실적에 따르면 134명의 학원 업자의 세금 탈루가 확인돼 260억원의 추징금을 물게 됐다. 이들은 주로 고액의 수강료를 현금으로 내라고 강요하거나 교재비·물품비를 직원 계좌로 입금토록 해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SAT 관련 학원 27곳에는 수강료 초과 징수 등의 이유로 교습정지,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가 내려졌다.

허위·과장 광고 사례도 적발됐다. 서울의 한 대형 입시학원은 홈페이지에 ‘전국 수험생의 45% 이상이 선택했다’는 제목과 함께 "수강생 성적 향상이 전국 평균보다 20점이나 높다” 등의 허위 내용을 올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학원 간판에 ‘디자인계열 합격률 전국 1위’라고 써 붙인 미술학원도 경고를 받았다. 서울의 한 어학원은 강사가 캐나다 정부의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것처럼 허위광고를 했다.

무등록 학원 운영과 교원의 불법 과외 교습도 끊이지 않았다. 인천의 한 전직 교사는 지난해 무등록 학원을 설립해 고등학생 67명을 상대로 800만원의 수강료를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한편 교과부가 지난해 7월 불법 운영 학원에 대한 신고포상제를 도입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모두 2만484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신고의무를 위반한 채 불법으로 학원을 운영한 경우가 1만8787건으로 가장 많았다. 포상금은 약 17억원이 지급됐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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