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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만 낭비한 새 우편번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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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5월 1일부터 바뀐 우편번호가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행정자치부의 신(新)주소체계(2009년 도입 완료)와 맞지 않아 재개편이 불가피, 세금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편번호 변경은 종래의 '행정구역별 우편번호' 체계가 읍.면.동 단위까지밖에 반영하고 있지 않아 우편 배달을 할 때 불편한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새 번호는 주소 체계에 맞도록 지번.이(里) 단위까지 세분화한 '집배원별 우편번호' 다.

그러나 시-구-도로명-건물번호 순(예를 들면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새싹길 ○○호)으로 돼있는 새 주소체계가 쓰이게 될 경우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다시 바꿔야 할 상황이다.

13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편번호 개편을 위해 올 연말까지 소요될 예산은 광고비 등을 포함, 총 71억9천여만원. 이중 새 우편번호부 6백만부를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만 68억여원에 달한다.

현재 신주소 체계는 서울 강남구를 비롯, 전국 1백44개 도시.농촌지역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2004년부터 82개 군(郡)지역까지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 민주당 김희선(金希宣)의원은 "정통부가 우체국 내부 효율화만 내세워 성급한 개편을 했다" 며 "우편번호 숫자만 8천7백여개에서 2만4천여개로 늘어나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고 지적했다.

바뀐 우편번호는 대국민 홍보 부족으로 기존 번호와 혼용되고 있는 실정. 또 지난해 전국 8개 체신청에서 접수한 국내 우편물 중 70% 이상을 발송한 우편물 발송 대행업체들도 바뀐 우편번호를 사용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

주된 이유는 정통부가 공급한 우편번호 자동변환 소프트웨어의 변환 실패율이 높기 때문. 대행업체인 D포장의 경우 실패율이 약 70%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통부는 행자부의 새 주소체계가 시행되더라도 우편번호를 바꾸지 않을 방침이어서 행자부 사업과 충돌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국내우편과 관계자는 "우편번호는 가능하면 주소체계에 맞게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인정하면서도 "바뀐 우편번호는 우편 배달에 편리하게 구역별로 부여된 것이므로 건물에 붙는 이름인 주소가 바뀌더라도 구역은 그대로여서 바꿀 계획이 없다" 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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