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327표로 왜 줄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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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대체 정치 선진국이란 미국에서 어떻게 1천7백여 표이던 표차가 3백여 표로 달라질 수 있는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검표 작업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질문은 거기에 모이고 있다. 재검표 작업을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8일(현지시간) 새벽 우여곡절 끝에 플로리다 개표가 끝났을 때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표차는 1천7백84표. 부시의 승리였다.

그러다 9일 재검표를 시작했는데 전체 67개 카운티 중 32개의 재검표를 끝내자 표 차이가 9백41표로 줄어들었다.

51개 카운티를 재검표한 뒤에는 그 표 차이가 다시 7백92표로 줄었고 67개 중 66개 카운티의 검표가 끝났을 때는 표 차이가 2백29표가 됐다가 재검표가 끝나자 다시 3백27표로 바뀌었다. 물론 재검표 결과는 언론의 비공식 집계다.

상황이 이쯤되자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은 "해외 부재자 투표가 모두 집계되는 17일까지 개표 결과 발표를 않겠다" 고 선포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금방 이해가 간다. 부시든 고어든 어느 한 사람이 이긴 것으로 발표했다가 해외 부재자 투표 결과에 따라 다시 이를 번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해외 부재자 표까지 가산한 두 후보의 최종 득표가 재검표 결과와 달라질 경우 선거 관리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은 더욱 증폭될 게 분명하다.

더구나 폭동이 일어날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따라서 플로리다 선관위는 당초의 방침을 바꿔 해외 부재자 표까지 다 집계한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는 묘안을 짜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전세계에서 컴퓨터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플로리다의 상당수 카운티에선 유권자가 지지 후보 이름 옆 기표란에다 투표장에 놓인 천공기로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투표를 했다. 그 뒤 개표는 '집계기 방식' 과 '수작업' 이 병행됐다.

집계기 방식은 구멍이 뚫린 투표 용지를 기계에 집어넣어 집계하는 것이다. 재검표 때는 투표용지를 다시 기계에 집어넣어 그 결과가 1차 개표 때와 일치하면 통과시키고 아니면 손으로 다시 세어보게 했다. 기계가 없는 투표소는 아예 처음부터 손으로 재개표를 했다.

기계가 하는데도 틀리는 이유에 대해 플로리다 주 선거국 관계자는 투표 용지에 구멍을 뚫다가 종이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으면 기계가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해 무효표로 처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왜 고어의 표만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났느냐는 점이다. 고어 후보 캠페인 본부는 70명의 자원봉사자를 차출, 8일 각 카운티에 급파하는 등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플로리다의 재검표 과정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그래서 논란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탤러해시〓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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