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도로' 유족들 도로공사 상대 손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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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마을에 살던 삼형제가 1987년.94년, 그리고 올해 초 같은 장소에서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내 영동고속도로 구간(신갈기점 1백90~1백99.5㎞)은 '살인 도로' 로 악명 높은 곳. 75년 도로 개통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만 41명이다.

지난해 2월 이후 올 10월 말까지만 해도 주민 중 8명이 숨지고 2백75명이 다쳤다. 성산면 주민은 4천여명. 주민들 집계에 따르면 97년부터 99년까지 이 부근에서의 사상자가 1천1백93명에 달한다.

가구별로 교통사고 사상자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부부가 차례로 사망하기도 했으며 몇 차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도 있다.

이 마을 사망자 6명의 유가족 35명이 다음주 초 서울지법에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다. 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고속도로가 성산면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생활권이어서 수시로 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이 도로는 개설 당시부터 고속도로임에도 국도 35호.지방도로 456호의 혼합구간이어서 오토바이.경운기 등의 통행이 허용돼 왔다. 게다가 강릉 방향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이 대관령 고갯길을 힘겹게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평지 구간이어서 과속하고 있다.

현재 이 구간에는 지하통로 세 곳과 횡단보도 한 곳, 육교 한 곳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시설이 최소 2백m에서 최고 2㎞씩 떨어져 있어 무단횡단이 잦다.

소송을 주선해온 시민단체 '걷고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 는 "92년 이후 주민들이 공사측에 지하통로와 신호 등 추가 설치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고 밝혔다.

강릉〓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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