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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문대 가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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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학의 합격자 발표가 시작됐다. 합격생들 중엔 토종 영어실력으로 SAT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세계 언어올림피아드에 아시아대표로 처음 출전해 수상한 학생도 있다. 해외의 내로라 하는 명문대에 합격한 두 ‘엄친아·엄친딸’을 만났다.

류혜진 양 -미국 스탠포드 대학 합격

소수의 비교과 활동…“제대로 하자” 결심

“민사고에 처음 입학해 스무 개의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선생님께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었죠.” 류혜진(민사고 3)양은 고1 때를 되돌아보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의욕과 끼가 넘쳤던 입학 초기에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동아리마다 찾아다니며 면접을 봤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미술 동아리에서는 대표를 맡아 학교 신문에 만평을 연재했다. 그룹사운드의 보컬을 맡아 축제 때 관중을 휘어잡기도 했다. “모의국제회의와 모의유엔, 모의법정도 3년 전 중국에 있을 때부터 좋아한 활동이었어요. 빼놓을 수 없었죠.” 학교 공부하랴, 비교과활동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 계속됐다.

고2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정말 좋아하고 유용한 동아리 위주로 활동을 줄였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과 장래의 꿈을 연결해 기준을 정했다. 류양은 “모의 국제기구 활동을 하면서, 대표의 능력에 따라 회의의 진행이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후 꿈을 향한 자신의 노력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모의국제회의와 모의유엔을 중심으로 고3 1년간의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추린 소수의 비교과활동은 정말 ‘제대로’ 하자고 결심했다. 참여만 하는 식의 소극적 활동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시간을 투자했다. “웬만한 대회에는 참가한 경력자들이 이미 너무 많아요. 단순히 포트폴리오에 한 줄 더 추가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죠.” 고3 여름 방학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바삐 움직였다. 모의국제회의에서는 회의 전체를 관할하는 총의장직을 맡기도 했다. 류양은 “수년간 쌓아온 활동들을 마무리하는 시기였다”며“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방향으로 대학에 나의 장점을 어필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에 원서를 제출할 때도 또 한번 취사 선택을 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 비교과 활동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은 A4용지 한 장에 불과해요. 한 가지 활동당 두 줄만 써도 지면이 꽉 찹니다.” 대학측은 추가로 제출하는 첨부자료도 허용하지 않았다. 류양은 과감하게 중요한 활동만 적고 다른 내용은 버렸다.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주요 활동에서 자신이 총대표격을 맡은 대회와 거기서 얻은 리더십 등의 효과만 간략하게 정리했다. 아시아 대표로 처음 출전해 수상한 세계 언어올림피아드 대회 실적도 추가했다.

그러나 류양은 “비교과 실적이 낮은 성적을 보완할 수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류양은 교과성적도 뛰어나다. SAT에선 두 문제를 틀렸고 토플은 만점을 받았다.

AP(대학 선이수 학점)도 9 과목 만점을 받았다. 류양은 “SAT 만점을 받고도 대학에 떨어진 학생이 있다”며 “미국 대학은 성적과 비교과활동에서 모두 뛰어난 성과를 요구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정재군 -영국 캠브리지 대학 합격

방학 집중공부로 내신·AP·SAT 동시 정복

이정재(용인외고 3)군은 외국에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는 순수 국내파다. 그는 SAT1과 SAT2 모두 만점을 받아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 최종 합격했고, 올 4월 발표될 미국 대학의 정시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학교 내신과 AP·SAT의 공부스케줄을 상호보완해 구성한 것이 핵심”이라며 “수학에 강한 한국 시스템의 강점도 충분히 활용했다”고 말했다. 영어도 말하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집에서 혼자 공부했다.

그는 “3년 동안의 시험계획을 미리 잡아 놓으라”고 강조했다. 이군은 고1 때 첫 시험계획이 아쉽다고 했다. 용인외고에 입학한 직후인 5월에 처음 AP 화학과목을 치르고,이어 같은 해 11월에 SAT 화학과 수학과목을 치렀다. 그런데 SAT 화학시험 도중 5월에 공부했던 AP 화학과목의 이론이 떠올랐다. 아차 싶었다. “6개월이 지났어도 그때 본 과목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는데, 6월에 바로 SAT시험을 쳤다면 얼마나 더 효과적이었을까 하고 후회했죠.”

이때를 경험삼아 고 1 겨울방학이 시작할 무렵엔 고2와 고3에 걸친 ‘내신·AP·SAT 2년계획’을 짰다. 고2에 올라가서 배울 내신과목을 미리 체크해 AP·SAT와 겹치는 과목을 정리했다. 생물과 물리, 미적분이 나타났다. 이렇게 정리된 과목은 그 해 치를 AP·SAT를 염두에 두고 방학 동안 집중 학습했다. 개학뒤엔 학교 내신수업을 들으며 방학동안 예습했던 과목을 복습함과 동시에 AP와 SAT를 동시에 준비했다.

내신과목도 성적향상에 유용했다. 2학년 때 배우는 ‘컴퓨터 사이언스’ 과목은 3학년 5월에 치를 AP와 연계해 계획을 짰다. 그는 “SAT2에서 세계사 과목은 1년에 딱 2번(6월·12월)만 칠 수 있다”며 “2학년 때 배우는 세계사과목을 고1 겨울방학부터 집중학습해, 고3까지 넘기지 않고 그 해 12월 SAT2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군은 이렇게 학습하는 방식으로 상당히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고2 겨울방학엔 하루에 12시간씩 SAT를 공부했다. 그는 “주말과 일요일도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 리듬을 유지했다”며 “이렇게 공부한지 한 달만에 2050(08년 11월)점이었던 SAT1점수를 2400점(09년 1월)으로 올렸다. AP도 전 과목 만점으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대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AP 시험횟수·점수에 너무 연연하지말 것”을 조언했다. 구체적 계획없이 많은 과목을 남들따라 무작정 시험만 치고 보자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전공과 관계있는 과목만 체계적으로 준비해 시험을 치르는 것이 좋다”며 “AP의 미세한 점수차에 연연하기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비교과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류혜진양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비교과대회를 골라야 긴 시간 동안 꾸준히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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