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골제는 ‘벼의 골에 있는 저수지’라는 뜻이다. 벼의 골이란 김제와 만경 일대의 넓은 들이다. 이곳을 줄여서 ‘금만평야’라 불렀다. 지역 사람들은 ‘징게맹갱 외애밋들’이라고 한다. ‘징게맹갱’은 ‘김제만경’, ‘외애밋들’은 평야를 일컫는 방언이다.
1987년 첫 개발 계획 발표 이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간척 사업. 새만금은 금만평야에 버금가는 새(新) 땅이 생긴다고 해서 붙인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새금만’ 대신 새만금이라 한 것은 ‘썩 많은 돈이나 소중한 것’을 의미하는 ‘만금(萬金)’의 음감을 살리기 위한 것이리라.
방조제가 새(鳥) 형상이어서 ‘새’를 붙였다는 설도 있다. 하늘에서 보면 방조제는 유학자 최치원이 살았다는 신시도를 중심으로 서해와 중국을 향해 좌우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형상이다. 세계를 향해 웅비하는 새의 땅을 만들겠다는 큰 뜻이 새만금이라는 명칭에 담겨 있는 셈이다. 이렇게 좋은 뜻의 새만금도 소송·시위가 이어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했다. 조사 결과 사람들은 새만금이라는 단어에서 간척 사업, 환경 파괴를 떠올린다고 한다.
정부가 새로운 새만금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새만금을 계속 쓰되 ‘아리울(Ariul)’이라는 브랜드를 함께 사용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아리울은 물을 뜻하는 순우리말 ‘아리’와 울타리·터전을 뜻하는 ‘울’을 결합해 만든 단어다. 그러나 새만금에서 보듯 이름만 좋다고 만사형통은 아니다. 이름 갈아 치울 일 없게 이름값 하는 아리울을 만들어야 한다.
허귀식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