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정부 "해외공사 해지 막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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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내 건설업체의 신뢰도가 떨어져 수주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해외건설 업체들이 기존 공사를 이행하고 신규 공사를 따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와 관련, 건설교통부는 지난 1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에서 해외건설협회.금융기관 등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동아건설은 차형동 해외담당 사장을 3일 리비아로 급파한다. 대수로 2단계 잔여공사(3억5천만달러)를 둘러싼 발주처의 움직임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동아건설은 발주처의 의견을 듣고 동아건설이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건설업체들은 신화건설이 수주한 1억5천8백만달러의 쿠웨이트 정유시설 공사에 대해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데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법정관리나 퇴출 건설업체가 많아지면 계약 해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1998년에도 한보건설이 필리핀 댐 공사를 벌이다 부도로 일방적으로 공사중단 및 계약해지 조치를 당했다.

현대건설은 더 다급하다. 올들어 지금까지 26억달러 어치를 수주해 국내 건설업체 전체 수주액의 67%를 차지할 만큼 해외건설의 비중이 크다.

그러나 지난 5월 유동성 위기 이후 해외 발주처로부터 문의가 잇따르자 동남아.중동 12개 지사에 홍보 담당자를 정해 매일 발주처를 접촉, 설득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연말까지 16억달러 어치의 공사를 따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며 "그러려면 빨리 추가 자구책이 나오고 퇴출 논란이 마무리돼야 한다" 고 말했다.

건교부는 해외건설 수주활동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업퇴출 작업이 마무리되면 해외 주요 발주처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주지원 활동을 펴기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건설 업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각보다 싸늘하다" 며 "개별 기업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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