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고통 잘 안다” 선진국과 가교역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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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스위스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0회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2010 서울 G20 정상회의 의장 자격으로 특별연설을 마친 뒤 클라우스 슈워브 세계경제포럼 회장과 함께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다보스=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28일(이하 현지시간)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에서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국제 협력의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서 맞는 첫 번째 테스트”라고 말했다. G20을 ‘국제 경제의 최고 논의의 장’으로 규정한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 3차 회의 결론을 상기시킨 것이다.

6월 캐나다에서 열릴 4차 회의에선 경제위기의 출구전략이 주로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에 ‘위기 이후’의 질서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11월 서울 5차 회의에서 시작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긴밀한 국제 공조와 강력한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G20의 3대 기본 방향도 제시했다. ▶기존 합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하고 ▶국제 개발 격차 해소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한 새로운 어젠다를 개발하며 ▶G20 비회원국과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외연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날 특별연설을 한 사람은 이 대통령 외에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리커창(李克强) 중국 부총리 세 사람이다.

◆선진·개도국 간 가교 역할=이 대통령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지만 경제 개발에 대한 1차적 경험을 가진 세대가 아직도 활동하고 있으며, 1997년 금융위기도 경험했다”며 “개도국의 어려움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의 G20에선 위기 진원지인 주요 선진국들의 위기 원인 제거에 초점이 모아졌지만 신흥국과 개도국의 입장에서 시급하고 필요한 과제들이 있다”며 개발 격차 해소 등 개도국의 관심사를 새로운 화두로 던졌다. “G20 비회원국에 대한 외연 확대(outreach)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합의사항 이행과 관련, 이 대통령은 국제금융기구 개혁에 특히 비중을 뒀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의 투표권과 쿼터 조정 등 이미 합의된 지배구조 개혁이 조기에 이행돼야 한다”며 “이들 기구의 금융위기 조기 경보와 감시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선도적 역할을 했지만 이제 민간 부문이 기업가 정신으로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며 민간 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보스=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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