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신안’ 앞날 그 다섯 갈래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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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월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세종시 신안(수정안)’의 앞길엔 대략 다섯 갈래의 운명이 놓여 있다.

우선 청와대가 가장 기대하는 그림은 4월까지 충청 여론에 극적인 반전이 생기는 경우다. 충청 여론이 신안에 우호적으로 바뀐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야당이 주장하는 ‘원안 추진론’의 힘이 약해지게 된다. 한나라당 친박계와 야당 의원 중에선 신안 찬성 쪽으로 돌아서는 이들이 나올지 모른다.

둘째, 특별한 여론 변화가 없어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론 변경에 필요한 113명(당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원을 끌어모아 의원총회 표결로 당론을 신안으로 바꾸는 경우다. 물론 당론 변경이 신안의 국회 통과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친이계는 명분상의 우위를 누리기 위해 당론 변경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 장광근 사무총장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론 수렴 없이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로 넘겨 처리하는 것은 여당의 직무 유기”라며 “2월이든 3월이든 적절한 시점을 잡아 당론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파 구도상 지도부가 과연 113명의 우군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셋째, 한나라당 지도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론 변경이 무산되면 청와대가 신안 추진 포기를 선언할 수도 있다. 여권 내부에선 “어차피 안 되는 세종시 문제에 매달려 봤자 국가적 혼란만 가중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론 변경도 어렵고, 신안의 국회 통과도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의 뜻을 존중해 원안대로 가되 부처 이전이 시작되는 2012년엔 부처 이전 문제를 재론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넷째, 신안을 6월 지방선거 이후 장기 과제로 미루는 길도 있다. 한나라당에서 계파색이 엷은 온건파가 이 같은 방안을 선호한다. 당론 변경 논의를 시작하면 계파 갈등이 악화돼 지방선거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으니 시기를 늦추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에선 “되든 안 되든 4월엔 결론을 내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섯째, 부처 이전 숫자를 3~5개 정도로 줄이자는 절충안으로 친이·친박이 타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의 입장이 모두 강경해 절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박근혜, “저는 달라진 게 없다”=박 전 대표는 28일 “세종시는 법의 원래 취지에 맞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모교인 서강대가 주최한 발전기금 모금 캠페인에 참석한 자리에서 “저는 달라진 게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종시 법의 입법 취지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인 만큼 그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 대통령이 이 일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저에게 할 질문이 아닌 것 같다”는 말로 받아 넘겼다.

김정하·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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