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3대 격전지] 워싱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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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북서부 끄트머리에 위치한 워싱턴주는 울창한 삼림지대를 끼고 있어 '에버그린 스테이트' 라 불린다. 주민들 대부분은 농업.임업과 수산업 등 1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당연히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도 생업 터전인 자연보호와 환경정책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달라졌다. 이달 중순 여론조사에선 고어 45%, 부시 43%로 그야말로 간발의 차를 보이고 있다.

당초 고어가 여유있게 선거인단 11석을 휩쓸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가고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녹색당 랠프 네이더 후보의 선전 때문이다.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워싱턴주에서 그의 지지율은 2%대였으나 지금은 10%를 바라보는 수준이다.

기업우선 정책, 개발우선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환경우선 정책을 호소하고 있는 네이더의 선전은 곧바로 고어 표의 잠식으로 연결된다.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헌금을 받는 고어의 환경보호 구호는 위선" 이라는 주장도 빠른 속도로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부시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이는 상당 부분 민주당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1993년 연방재판소 판결로 금지돼 있던 국유림의 대규모 채벌을 허용, 임업 종사자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빌 클린턴 지지를 표명했던 지역 유력지 시애틀 타임스가 부시 지지로 돌아선 것도 고어에겐 짐이 되고 있다.

선거 막판에 돌발변수를 만난 고어 진영은 표단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네이더에 표를 주면 결국 부시만 웃는다" 고 호소하면서 오래된 삼림에 대한 채벌중지 등 새로운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부시 후보는 시애틀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비판하면서 도시지역 정보통신산업 종사자를 겨냥해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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