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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사업권을 기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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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웅진그룹 신입사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사옥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웅진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사업권을 자활공동체 성격의 사회적 기업에 무상으로 기부했다.

27일 웅진그룹과 사회적 기업 ‘함께 일하는 세상’(이하 함세상)에 따르면 웅진홈케어는 지난해 9월 홈클리닝 사업부를 청소 전문 사회적 기업인 함세상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대기업 계열사가 사회적 기업에 사업권을 기부한 일은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비슷한 형태의 기부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웅진홈케어는 도어록 사업와 함께 청소 등 가정 전문 위생관리 서비스를 주 업무로 하던 회사. 이 회사는 지난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사업을 구조조정하면서 홈클리닝 사업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기로 하고 매수자를 물색했으나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함세상에 사업권 전반을 기부한 것이다.

웅진그룹 조재일 홍보팀장은 “청소사업의 특성상 사회적 기업이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판단해 양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웅진홈케어는 홈클리닝 브랜드인 ‘인스케어’와 사업인력·네트워크·시스템 등 모든 사업권을 함세상에 넘겼다. 수도권 8개 지점과 4개 가맹점, 직원 70여 명 등이다.

함세상은 2003년 실업 극복 국민재단으로부터 자본금 1억원을 대여받아 수도권 9개 청소업종 자활공동체가 연합해 설립한 회사다. 자활공동체란 정부가 저소득 계층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교육을 실시한 후 스스로 창업하도록 한 주민들의 모임이다. 함세상은 저소득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교육훈련과 창업지원을 하는 등 공익적 활동을 펼쳐왔다.

함세상은 2008년 매출액 33억원, 지점 10개, 직원 180여 명의 회사에서 사업권을 양도받은 뒤 매출 45억원, 지점 18개, 직원 250명 등으로 규모가 커졌다. 함세상은 대기업의 홈클리닝 솔루션을 제공받는 부수효과도 거두게 됐다. 함세상 관계자는 “양도받은 사업권이 우리로서는 작은 규모가 아니라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웅진 측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 주고 사업도 키워나가자는 취지로 양도받게 됐다”고 말했다. 웅진홈케어에서 계약직이었던 직원들은 함세상으로 옮긴 후 정직원으로 채용되면서 기본급도 일괄적으로 인상됐다.

희망제작소 소기업발전소 이현수 연구원은 “사업권 양도가 기업이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 기업이 대기업의 시스템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사후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취약계층에 사회적 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공익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정부에 의해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회사는 세제와 경영 지원 등 혜택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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