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스님일행 문화재 깔고앉아 점심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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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경주의 가을산을 돌아보고 짬을 내 문무대왕이 용이 돼 나라를 지킨다는 대왕암을 지나 그 아드님이 용이 되신 아버지를 위해 지었다는 감은사 터를 찾아갔다.

감은사의 유명한 삼층석탑은 천년의 시간을 넘어 여전히 당당하고 웅장하게 서서 지금은 흔적만 남은 빈 터를 지키고 있었다. 또 금당터를 둘러싼 돌기둥들은 당시의 절 규모를 짐작케 했다.

돌기둥 주변에는 밧줄로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들어가선 안된다는 팻말까지 촘촘이 세워져 있었지만 돌기둥을 자리삼아 깔고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스님들도 있었다. 아마 어느 절에서 야유회를 나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곳은 들어가서는 안되는 장소가 아니냐" 고 했더니 일행중 한명이 짜증을 내며 "여기가 식당터였다는데 식사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 고 하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그 자리가 화장실터 였으면 볼일이라도 봤을 것인가.

문화재의 대다수가 불교 문화재인 우리나라에서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절을 찾고 있다. 불자라면 다른 종교인들보다 그들의 성지를 더 아끼고 보살펴야 할 것이다. 야유회 점심을 먹으라고 국가에서 국보로 지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신미숙.울산시 남구 무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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