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평양서 '미소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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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평양에선 미국.중국의 고위관리들이 대거 집결, 북한을 상대로 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츠하오톈(遲浩田)국방부장 겸 당중앙군사위 부주석 일행이 하루 먼저 도착한 데 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일행이 23일 평양을 찾았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당사자들이 평양에 모임으로써 격변하는 한반도 기류를 실감케 한 것. 북한을 둘러싼 '오랜 혈맹' (中)과 '새 친구' (美)간의 미묘한 주도권 신경전도 느끼게 했다.

遲부장은 1950년 10월 25일 중국 인민의용지원군의 한국전 참전을 상징하는 '항미원조(抗美援朝)' 를 기념키 위해 평양을 찾았다.

遲부장은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부장과의 회담에서 "조선동지들과 함께 지난 전투과정을 추억하고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두터운 정을 나눠 새 세기 양국의 친선협조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 이라고 평양행을 설명.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에 대한 양국의 반대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북.중관계는 지난 92년 한.중 수교, 97년 황장엽(黃長燁)노동당비서의 망명사건으로 소원해졌다가 지난 5월 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비공개 방중(訪中)으로 정상화에 들어섰다.

7년 만인 중국 국방부장의 방북도 이같은 흐름을 확고히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으로 미.북수교 전야(前夜)의 한마당 축제를 펼치려는 미측으로서는 껄끄러운 분위기가 아닐 수밖에 없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그러나 23일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파격적으로 찾는 등 '불구대천(不俱戴天)의 50년 원쑤' 관계를 '새 친구' 로 반전시키려는 거침없는 외교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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