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양키스 달콤한 '2연승 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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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양키 스타디움 외야 불펜에서 걸어나오던 로저 클레멘스가 펜스에 새겨진 '양키스의 전설' 베이브 루스의 동판을 쓰다듬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성시대를 이어가겠다고 기원하는 의식 같았다.그리고는 마운드에 올라 활화산 같은 강속구로 뉴욕 메츠 타선을 잠재웠다.이제 클레멘스도 '가을의 전설' 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로켓맨' 클레멘스의 호투에 힘입어 양키스가 메츠를 꺾고 2연승, 월드시리즈 3연패에 한발 더 다가섰다.

23일(한국시간) 열린 2차전에서 양키스 선발 클레멘스는 8이닝 동안 삼진 9개를 곁들이며 2피안타.무4사구.무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여 팀의 6 - 5 승리를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2백60승, 사이영상 최다 수상(5회) 등 현존하는 최고의 투수로 손꼽히는 클레멘스는 1백8㎏의 거구에서 나오는 1백50㎞를 훨씬 웃도는 강속구가 주무기다.

월드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1999년 자진해 양키스로 이적했다.그리고 같은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며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 를 끼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올시즌 메츠의 간판타자 마이크 피아자와의 악연이 그를 괴롭혔다.지난 7월 경기 중 그의 강속구가 피아자의 머리를 맞혀 빈볼 시비에 시달렸다.

메츠 팬들은 "셰이스타디움에서 클레멘스가 등판하길 기다린다(내셔널리그에선 지명타자제가 없으므로 투수도 타자로 나와야 한다). 그가 타석에 서면 그의 머리도 온전치 못할 것" 이라며 악담을 서슴없이 퍼붓곤 했다.

1회초 피아자가 타석에 들어섰다.클레멘스가 힘껏 던진 직구에 피아자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빗맞은 타구였다.배트는 부러졌고 공교롭게도 배트 한 조각이 클레멘스를 향해 날아갔다.

신경이 곤두서있던 클레멘스는 배트 조각을 피아자에게 다시 던졌다.또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관중석에서 "이젠 공이 아니라 배트를 던지느냐" 는 야유가 터져나왔다.그러나 그뿐, 클레멘스는 피아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완승했다.

경기는 클레멘스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양키스가 쉽게 이끌어갔다.

9회초 메츠의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6 - 0. 클레멘스가 내려간 양키스 마운드를 메츠는 9회 폭격했다.피아자의 2점 홈런, 제이 페이튼의 3점 홈런이 잇따르며 6 - 5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마지막 타자 커트 애보트는 양키스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에게 삼진 아웃, 메츠는 2연패의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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