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부실 경영으로 1조 이상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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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부실책임을 가리는 역할을 하는 예금보험공사가 자체의 부실 경영은 그대로 방치했다가 감사원에서 잇따라 지적을 받았다.

18일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9년 감사원 감사결과 예금보험공사는 예보기금채권을 발행하면서 금리 상.하한(10~15%)을 정했다가 실세금리가 그 아래로 하락하는 바람에 1조1천6백억원 이상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8년 5개 인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원래대로 유지해 주기 위해 출자하면서 후순위 채권발행액을 보완자본으로 계산하지 않아 6천7백21억원을 과다 지원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예금보험공사가 은행 부실경영 책임자에 대한 재산조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실시한 경우에도 재산이 누구 소유인지 정도만 확인하고 있다며, 예보의 민사상 책임 추적활동이 미흡하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인 한아름종금은 98년 폐쇄된 종금사로부터 건전자산만 이전받아야 하는데 부도난 자산 1백14억원을 받았고, 자산.부채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아 동아건설에 14억원을 잘못 지급하기도 했다.

또 업무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종금사와 관련한 예금대지급액 2백21억원을 잘못 지급하는 등 업무상 착오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예보채권을 상.하한선을 둔 변동금리로 발행한 것은 당시 변동금리부 채권을 인수하려는 기관이 없었기 때문" 이라며 "만일 당시에 실세금리(연 12.24%)로 고정금리부 채권을 발행했다면 금리부담이 오히려 더 컸을 것" 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부실경영책임자 재산에 대한 가압류나 손해배상소송 권한은 예금공사가 아닌 파산재단이 갖고 있었던 만큼 공사로서는 신속한 조치가 불가능했다" 면서 "5개 인수은행과 관련한 문제는 당시 상황에선 불가피했는데, 감사원은 결과에만 초점을 맞췄다" 고 주장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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