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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부시 막판 TV토론 '대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미국 대선 후보인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18일 오전 10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 대학에서 열린 제3차 TV토론회에서 격돌했다.

이미 1, 2차 토론회를 거치며 상대방 전략을 파악한 두 후보는 투표일을 3주 남긴 시점에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이날 토론은 1, 2차 때와 달리 '읍민회' 형식으로 치러졌으며 사회는 1, 2차 때와 마찬가지로 PBS의 앵커 짐 레러가 봤다.

토론에 참석한 1백여명은 미국 재판정의 배심원들처럼 세인트루이스의 등록 유권자 가운데 추첨으로 뽑혔다.

사회자 레러는 참석자들로부터 미리 질문서를 받아 그 중에서 질문할 사람을 골랐다. 부시와 고어에게는 각각 2분씩 답변할 시간이 주어졌으며 서로 상대방에 대한 질문은 허락되지 않았다.

토론의 주요 주제도 세금.교육.의료보장 같은 민생문제였다. 중동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두 후보 모두 그것이 자신들에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몰라 가급적 언급을 피했기 때문이다.

고어와 부시는 서로 자신들의 감세정책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고어는 1, 2차 때와 마찬가지로 "부시의 감세정책은 부유한 1%만을 위한 것" 이라고 강조했고 "나의 정책은 중산층을 위한 것이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바로 여러분을 위해 싸우겠다" 고 외쳤다.

그는 또 "부시는 어린이들과 노인들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무슨 돈으로 그걸 하느냐" 며 맹공을 퍼부었다.

부시 역시 "고어는 (나랏돈을)왕창 쓰자는 사람(big spender)" 이라고 공격하고 "나의 감세안은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는 정책" 이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그러나 사형제도에 대해선 "불가피한 제도" 라며 의견을 같이했고, 중동사태에 대해서도 "클린턴 대통령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고 칭찬했다.

원형 경기장처럼 참석자들 의자를 후보들 의자보다 높게 배치한 이날 토론회장에서 고어와 부시는 연극배우처럼 무대를 활용했다.

그들은 질문자를 마주보고 말하다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 양손을 들며 배우가 대사를 외우는 것처럼 말했다.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그쪽으로 몸을 돌리는 연기력도 과시했다.

이날의 토론회는 전날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멜 카너핸 미주리 주지사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지만 곧바로 열전으로 바뀌었다.

토론이 끝난 뒤 CNN.갤럽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는 46%대 44%로 고어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많았고 다른 조사결과도 유사했지만 사실상 무승부라는 분석이 많았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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