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부도에 재건축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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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낡은 아파트를 새로 짓는 재건축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 중견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시공능력을 가진 건설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용적률이 낮아지는 데다 이주비·대물보상(재건축때 무상으로 주는 평수)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차도 커 재건축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업체 선정 난항=현재 대구에서 재건축조합 인가가 난 곳은 18군데 6천8백53가구.

이 중 대우·LG건설·대림·현대건설을 사업자로 선정한 황금아파트를 제외하곤 대부분 시공사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1981년 건축된 수성구 범어동의 대공원아파트는 지은지 20년이 안됐지만 안전에 문제가 있어 98년 재건축조합 설립을 인가받아 재건축을 추진중이다.

문제는 시공사 선정.지난 여름 ㈜우방과 이주비·대물보상 평수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중 우방이 부도나 협상이 중단됐다.

이 아파트 김송야(58)재건축추진위원장은 “지역 중견업체 대부분이 부도나 서울 업체를 찾아볼 작정이지만 조건이 맞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 한우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97년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조합측이 지금까지 8개 업체와 협의를 했으나 지명도가 높은 업체는 그 사이 모두 부도가 나는 바람에 시공업체를 찾을 길이 막막해졌다.최근엔 지역의 T업체와 접촉하고 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동구 신암아파트는 아예 서울의 한 업체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북구 복현동의 장미·한라아파트는 재건축을 포기한 경우.이주비·대물보상 평수 등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려 지금은 조합이 해체된 상태다.

한우아파트 이종해(58)재건축조합장은 “지역의 남아 있는 업체들도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적정한 이주비 지원도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업체 선정 때문에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황금아파트는 서울의 LG건설·대림·현대건설·대우 등 4개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내년 봄부터 본격적인 재건축에 들어간다.

◇문제점=재건축이 늦어지면서 건물에 금이 가고,물이 새는 등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수도관에 녹이 슬어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아파트도 많아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게다가 현재 대구시 의회에서 심의중인 도시계획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다음달부터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이 3백50%에서 3백%로 낮아져 재건축이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책=중소건설업체라 하더라도 재건축 경험이 있거나 자금상태가 상대적으로 나은 업체를 골라 하루빨리 재건축에 나서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용적률·건폐율 등에서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만큼 이주비·대물보상 평수를 조금씩 줄이는 것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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