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4년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효과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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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다음달이면 서울 남산 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거둔지 만 4년이 된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통행료 징수 대상을 7~10인승 자동차로 확대한다.

하지만 도심 통행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시가 내세우는 소통개선 효과와 시민들이 체감하는 교통여건 사이에 간격이 크기 때문이다. 혼잡통행료 제도의 실태와 개선책 등을 알아본다.

1호터널을 지나 서초구 양재동에서 명동까지 출퇴근하는 이병호(李丙皓.32)씨는 매달 통행료로 9만~10만원을 낸다. 만만치 않은 부담이지만 업무상 차를 두고 다닐 수 없는 처지다.

남산순환로로 우회해보지만 서울역이나 동대문에서 이어지는 정체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터널을 이용한다.

그는 "터널 안에서 10여분씩 꼼짝하지 못할 때마다 내가 낸 돈이 다 어디로 가나하는 생각이 든다" 고 투덜거렸다.

李씨처럼 강남에서 도심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시민들이 특히 불만이 많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도로 확장이나 신설로는 늘어나는 차량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통행차량 감축을 위해서는 통행료 징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1.3호 터널의 통행속도는 통행료 징수 직전인 1996년 11월 21.6㎞에서 99년 11월 시속 30.6㎞로 42%나 빨라졌다. 지난해의 경우 통행료 면제와 징수 차량 비율은 30대 70을 나타냈다.

시가 내년 부과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차종별 형평성을 고려하고 면제차량 가운데 레저용차량(RV)의 '나홀로 운행' 을 걸러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터널안 통행은 빨라졌으나 우회차량 등이 한꺼번에 몰리는 도심에서는 통행 속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심 통행속도는 지난해 시속 21.2㎞에서 올 6월에는 시속 18.5㎞로 오히려 늦어졌다.

시는 "차량 대수가 늘어나 어쩔 수 없다" 고 말하고 있지만 시가 차량 증가 추세 등을 감안해 계산한 올해 도심 통행 속도는 시속 22㎞여서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통행료를 내기위해 정차하는 차들로 체증이 가중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혼잡통행료로 벌어들인 수입은 96년 24억원, 97년 1백62억원, 98년 1백34억원, 99년 1백41억원이다. 올들어 8월까지는 94억원을 거둬 지금까지 모두 5백55억원이 걷어졌다.

이 돈은 시 예산중 '교통사업특별회계' 에 편입돼 버스운영개선.교통안전시설 관리.주차장 신설 등에 사용되고 있다.

교통사업특별회계는 연간 1천5백억~2천억원으로 통행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채 안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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