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요된 합의…분쟁 불씨 남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집트의 휴양지 샤름 알 셰이흐에서 열린 6자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다시 한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양국이 거의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던 폭력사태 종식과 대화 재개에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는 두 나라가 자발적으로 이룬 게 아니라 세계 여론의 압력과 미국의 반 강제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 합의내용 뭔가=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은 세가지다.

먼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각각 자기 나라로 돌아가 "모든 폭력사태를 중단하고 상황을 폭력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으로 되돌린다" 는 내용의 성명을 낸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그동안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점령했던 이스라엘 군은 즉각 철수하게 된다. 또 이스라엘이 폐쇄했던 가자공항의 항공기 운항도 재개된다.

두번째는 이번 폭력사태의 발단 원인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회담이 진척되지 못했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리쿠드당 당수 아리엘 샤론이 팔레스타인의 성지를 고의로 방문해 폭력사태를 유발했다" 며 국제기구의 조사를 요구해 왔다.

반면 이스라엘은 원인조사를 하더라도 미국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합의 내용은 이 두가지를 교묘히 절충했다. 즉 어떤 나라들이 참가해 조사할지를 전부 클린턴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위임한 것이다.

이 경우 팔레스타인은 국제조사라는 명분을 얻게 되고 이스라엘은 친 이스라엘로 볼 수 있는 클린턴이 전권을 행사한다는 실리를 갖는다.

세번째는 그동안 중단됐던 중동 평화회담의 재개다. 클린턴은 발표문에서 "평화회담으로 가는 길이 멀고 어렵지만 그래도 가야만 한다" 고 강조했다.

◇ 전망〓한마디로 밝지 않다. 과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폭력사태가 종식될지 불투명하다. 이 협상은 강요된 것이었다.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은 6자 정상회담에서 서로 거의 대화를 안했다. 클린턴과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이 소위 '셔틀외교' 를 하면서 둘 사이를 중재한 것이다.

양자 모두 이 결과에 대해 만족할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양국 국민들의 감정은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태여서 지도자들이 "그만 싸우라" 고 한다고 싸움을 중지할 분위기도 아니다.

이 협상은 모든 핵심적인 부분을 전부 클린턴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조사단을 구성하는 문제나 향후 중동평화회담을 진행하는 문제 등 모든 게 클린턴이 없으면 하나도 진행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합의 도출은 미봉책 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