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회담 타협점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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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쟁이냐 평화냐' 의 기로에 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6일 이집트 6자 정상회담에서 막판 대타협을 시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다시 없을 마지막 기회" 라고 표현했다.

정상회담의 의제는 크게 ▶폭력중단▶진상조사▶재발방지▶대화재개 등 네 가지다.

팔레스타인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에 관한 약속을 먼저 해야 폭력중단에 합의할 수 있고 그 이후에 대화에 나서겠다고 주장한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국제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 때문에 시작됐다는 점을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그럴 경우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원인 제공자임이 밝혀지면 재발방지란 명목으로 이스라엘군의 무력사용도 묶어 놓을 수 있다.

이런 속셈을 아는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재발방지책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바라크 총리는 대신 유혈충돌을 즉각 중단하고, 이 지역 휴전을 감시할 장치를 마련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측은 또 아라파트 수반이 이끄는 무장세력인 '탄짐' 해체와 최근 석방한 이슬람 과격파 무장저항단체인 '하마스' 및 '지하드' 요원들에 대한 재수감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양측 중재자로 나선 클린턴 미 대통령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등도 이 회담에서 바라는 게 제각각이다.

클린턴은 유혈사태를 가라앉히고 유가를 잡아야 다음달 7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 앨 고어 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있는 이집트와 요르단은 중동전이 벌어지면 자신들이 아랍 형제들로부터 따돌림당할까봐 우려한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그같은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유엔이 중동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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