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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부실 외국같으면 물러났을 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6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노벨상을 받은 대통령이 할 일이 많다. 특히 경제가 아주 나빠지고 있다" 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 후 처음으로 포문을 연 것이다.

李총재는 공격 포인트를 공적자금 추가 투입에 맞췄다. 이 문제에 대해 金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나와 설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李총재 주재의 총재단회의에서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李총재는 공적자금이야말로 가장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외국 같으면 대통령이 물러나도 여러번 물러났을 문제" 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여권도 이같은 요구를 무턱대고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추경안을 협상하면서 한나라당은 '대폭 삭감' 을 양보한 대신 민주당으로부터 "철저히 공적자금을 관리할 기구 마련을 검토하겠다" 는 약속을 끌어냈었다. 그때부터 李총재와 한나라당은 공적자금에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장기적 안목에서도 공적자금을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李총재는 "공적자금 부실 문제는 차기 정권에 떠넘겨지게 될 것" 이라고 말해왔다.

이상득(李相得)의원도 "DJ가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인해 빈 외환 곳간을 건네받았듯, 우리가 집권하면 바닥난 재정을 건네받게 될지 모른다" 고 말했다.

보너스로 자민련과의 정책공조도 노릴 수 있다. 자민련은 '공적자금 국정조사' 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이한구(李漢久)제2정조위원장 등이 나서 자민련 의원들과 개별 접촉에 들어갔다고 한다.

공적자금 문제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의 각종 표결에서 한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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