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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공간&공감] 서울 정동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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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달개비 식당 내부.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로 꾸몄다(사진 위). 호텔 침실엔 색동 이불덮개와 쿠션으로 한국적 분위기를 냈다.

달개비는 서울 삼청동에서 한정식을 맛깔나게 해내던 집으로 유명했다. 그 집이 지난해 6월 서울 정동 성공회 부속건물, 옛 세실 레스토랑 자리로 옮겼다. 달개비에선 여전히 한정식을 판다. 한데 예전 치과 자리였던 1층은 호텔로 탈바꿈했다. 방은 모두 6개. 초미니호텔이다. 달개비 측은 이곳을 호텔로도 식당으로도 부르지 않는다. 콘퍼런스 하우스라고 부른다.

“학계와 교계의 작은 회의를 열 수 있는, 숙박과 회의가 가능한 공간을 만든 거죠.”

함재연(52) 대표는 이 집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엔 큰 회의를 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나 호텔은 많은데 작은 회의를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작은 회의가 열리고, 회의를 하러 외국에서 온 손님들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공간을 먼저 제안한 것은 성공회 측이었다. 외국에서 오는 성직자들이 잠을 자고, 회의를 할 만한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과거 연세대 내의 상남경영원 호텔 부문을 운영했던 함 대표에게 이곳을 운영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집의 공간 구성은 재미있다. 일단 회의실이 많다. 1층 로비에 유리로 칸막이를 한 공간은 24시간 자유롭게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곳이다. 평소에 한식당으로 사용되는 지하에도 회의실이 두 개 있다. 하나는 30~40석, 다른 하나는 50석 규모다. 식당인 만큼 밥을 먹으면서도 회의할 수 있다. 회의에 나가는 음식은 모두 한식이다. 외국인들도 백자 찬합에 담긴 한식을 먹으며 회의를 한다.

인테리어도 독특하다. 한식을 파는 집이지만 깔끔한 서양식 레스토랑 분위기다. 함 대표는 “한정식을 파는 집에 기왓장 하나도 없냐고 타박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식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먹어야 더욱 맛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이미 의자에 앉아서 먹는 식습관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과 외국인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의자식이 해답이라고 봤어요.”

호텔 부문에선 방의 꾸밈새가 다른 호텔과는 다르다. 가장 큰 방은 장애우용으로 꾸몄다. 턱을 없애고, 휠체어가 자유롭게 돌 수 있도록 했다. 방의 컨셉트는 모던하다. 한실용 가구는 하나도 없다. 한데 들어가면 한국 전통 방식으로 꾸민 것 같은 느낌이 확 난다. 한국 전통문양의 베갯잇으로 싼 작은 베개와 쿠션, 조각보 형태의 침대 덮개 하나로 이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두 강금성 빈콜렉션 사장의 작품이다.

함 대표는 “한국 전통의 느낌을 살리면서 세련되게 꾸미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단 한국 전통 방식을 살려서 하는 인테리어에 대한 기존의 사례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 전통 탁자 등 가구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침대가 있는 양실 구조의 호텔 방에 어울리는 모양새가 나오지 않았다. 세련된 한실처럼 꾸미는 인테리어는 결국 패브릭 제품 몇 개로 느낌을 살리는 선에서 그쳤다. 그는 “한국 전통 공예품을 일상 생활에서 활용하고 인테리어에 접목하기 위해선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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