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 식당 내부.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로 꾸몄다(사진 위). 호텔 침실엔 색동 이불덮개와 쿠션으로 한국적 분위기를 냈다.
“학계와 교계의 작은 회의를 열 수 있는, 숙박과 회의가 가능한 공간을 만든 거죠.”
함재연(52) 대표는 이 집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엔 큰 회의를 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나 호텔은 많은데 작은 회의를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작은 회의가 열리고, 회의를 하러 외국에서 온 손님들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공간을 먼저 제안한 것은 성공회 측이었다. 외국에서 오는 성직자들이 잠을 자고, 회의를 할 만한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과거 연세대 내의 상남경영원 호텔 부문을 운영했던 함 대표에게 이곳을 운영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집의 공간 구성은 재미있다. 일단 회의실이 많다. 1층 로비에 유리로 칸막이를 한 공간은 24시간 자유롭게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곳이다. 평소에 한식당으로 사용되는 지하에도 회의실이 두 개 있다. 하나는 30~40석, 다른 하나는 50석 규모다. 식당인 만큼 밥을 먹으면서도 회의할 수 있다. 회의에 나가는 음식은 모두 한식이다. 외국인들도 백자 찬합에 담긴 한식을 먹으며 회의를 한다.
인테리어도 독특하다. 한식을 파는 집이지만 깔끔한 서양식 레스토랑 분위기다. 함 대표는 “한정식을 파는 집에 기왓장 하나도 없냐고 타박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식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먹어야 더욱 맛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이미 의자에 앉아서 먹는 식습관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과 외국인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의자식이 해답이라고 봤어요.”
호텔 부문에선 방의 꾸밈새가 다른 호텔과는 다르다. 가장 큰 방은 장애우용으로 꾸몄다. 턱을 없애고, 휠체어가 자유롭게 돌 수 있도록 했다. 방의 컨셉트는 모던하다. 한실용 가구는 하나도 없다. 한데 들어가면 한국 전통 방식으로 꾸민 것 같은 느낌이 확 난다. 한국 전통문양의 베갯잇으로 싼 작은 베개와 쿠션, 조각보 형태의 침대 덮개 하나로 이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두 강금성 빈콜렉션 사장의 작품이다.
함 대표는 “한국 전통의 느낌을 살리면서 세련되게 꾸미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단 한국 전통 방식을 살려서 하는 인테리어에 대한 기존의 사례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 전통 탁자 등 가구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침대가 있는 양실 구조의 호텔 방에 어울리는 모양새가 나오지 않았다. 세련된 한실처럼 꾸미는 인테리어는 결국 패브릭 제품 몇 개로 느낌을 살리는 선에서 그쳤다. 그는 “한국 전통 공예품을 일상 생활에서 활용하고 인테리어에 접목하기 위해선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