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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미스터리] 7. 내장산 단풍이 고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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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진짜 단풍색이 곱긴 곱더라고요." 지난해 가을 가족과 함께 내장산에 갔던 전희숙(52.주부.서울 동작구)씨. 아직도 고운 단풍 빛깔을 잊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장산 단풍이 왜 고운지 아느냐"고 묻자 전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매년 가을 내장산을 찾는 인파는 70여만명. 명산도 여럿인데 유독 내장산이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유 하나 내장산은 가을에 일교차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크다. 지난 6일을 놓고 보자. 내장산이 위치한 전북 정읍의 최저.최고 기온은 10.1도와 24.2도. 일교차가 14.1도나 됐다. 이날 서울의 일교차는 12.5도, 부산은 10.4도였다. 주요 산별 10월 평균 일교차는 ▶한라산 6.6도 ▶설악산 8.3도 ▶북한산 9.9도 ▶무등산 11.2도인데 내장산은 12.3도나 된다. 기상청 손승희 산업교통기상과 연구관은 "남부 내륙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내장산의 가을 일교차가 큰 것"이라고 했다.

일교차가 어떻게 단풍색에 영향을 주는 걸까. 가을이 되면 나무는 잎에서 만든 당분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게 막아버린다. 따라서 잎이 광합성을 해서 만든 당분은 계속 쌓인다. 당분이 쌓이면 잎의 산도가 증가해 녹색의 엽록소는 파괴된다. 그 과정에서 본래 잎 속에 있던 노란 색소인 카로틴이 드러나면 노란색 단풍이 든다. 또 잎 속의 당분이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으로 변하면 나뭇잎이 붉게 물든다.

일교차가 클수록 이 과정은 더 활발해진다. 낮이 따뜻하면 광합성이 왕성해져 당분이 많이 만들어진다. 밤이 쌀쌀하면 당분 소모량은 줄어든다. 결국 쌓인 당분이 안토시아닌 색소 등으로 많이 변하면서 나무는 더 화사한 붉은빛을 낼 수 있다.

충남대 산림자원학과 권기원 교수는 "나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단풍이 더 붉다"고 표현했다.

# 이유 둘 내장산은 가을에 일조시간이 길다. 주변이 높은 산이 없는 평야 지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5일 동안의 일조 시간은 ▶내장산 42.2시간 ▶서울 38.6시간 ▶부산 34.9시간이다. 일조시간이 길다는 것은 흐리거나 구름 낀 날이 적고 나무가 햇빛을 많이 쬔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조시간이 길수록 나무는 광합성량이 많아지고 잎 속의 당분도 늘어난다.

# 이유 셋 제 아무리 단풍색이 곱다 해도 온 산이 한가지 빛깔, 한가지 모양의 단풍뿐이라면 심심할 것이다. 내장산 단풍이 화려함을 뽐낼 수 있는 것은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내장산에는 13종의 단풍나무가 산다. 설악산(9종)이나 소백산(5종)과 비교해 볼 때 종류가 많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장단풍이란 품종도 있다. 내장산에서 처음 발견되고 내장산에서만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립수목원 이유미 식물표본연구실장은 "내장산은 중부 기후대와 남부 기후대가 만나는 경계 지역이어서 수종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내장산 단풍은 오는 18일께 시작해 다음달 1일이면 절정에 이른다. 올해는 일교차가 큰 날이 많아 예년보다 단풍 때깔이 고울 것으로 예상된다.

◆진실 혹은 거짓=내장산과 비교할 때 도시 지역의 단풍이 곱지 못한 것은 기후뿐 아니라 대기오염 탓이기도 하다. 대기오염이 심하면 잎에 도달하는 햇빛 양 등이 줄어들어 식물 광합성은 위축된다. 광합성이 잘 안되면 잎 속의 당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색소가 제대로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단풍색이 선명하지 않고 칙칙한 회색빛이 돌게 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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