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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서는 북·미] 북, 왜 안전보장 요구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은 왜 미국으로부터 영토보전에 대한 안전보장을 받고 싶어하는 걸까.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미국 방문 도중 북한 영토보전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여러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웬디 셔먼 대북정책 조정관은 12일(미국 현지시간) 북.미 공동코뮈니케 관련 미 국무부 특별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주권과 생존권을 보장받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며 북한의 요청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요청이 '체제유지 보장' 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유석렬(柳錫烈) 외교안보원 교수는 "북한의 안전보장 요구는 그동안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하던 북.미 평화협정을 다르게 표현한 것" 이라면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영도하는 사회주의체제를 확고하게 보장받고 싶어한다" 고 설명했다.

또 유길재(柳吉在)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끊임없이 미국을 체제위협 국가로 인식해 왔다" 면서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과거로 되돌리 수 없는 수준의 '외교적 보험(保險)' 을 들고 싶다는 판단에서 요청한 것 같다" 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같은 요청이 흡수통일 등 미국과 남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미국의 군사대응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면서 "북한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미국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고 요구한 것이 그 증거" 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25~26일 제주도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의 북측대표인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부장은 "한국과 미국이 팀스피리트 훈련 등 합동군사훈련을 하게 되면 잠이 안올 정도로 불안하다" 며 군사위협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북한은 또 1994년 5월 북핵(北核)위기 때 미국의 폭격에 대비해 전시체제를 발동하는 등 수시로 전쟁위협을 느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군 관계자는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이 영변의 원자로를 폭격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북한은 사실상 전시체제에 돌입하는 등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해 끊임없이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고 밝혔다.

한편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북한이 안전보장을 요구한 구체적 배경과 프로세스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인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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