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벤처 투자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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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최근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펀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다소 위험하더라도 고수익이 기대되는 벤처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1999~2000년에 불어닥친 벤처 열풍 이후 거품이 급격히 꺼지면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저금리 돌파구로 벤처 투자 인기=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7일 벤처펀드가 일본에서 활발하게 조성되고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벤처캐피털 펀드와 사모투자 펀드(PEF)를 포함한 벤처 펀드는 99년 15개에서 올해 390개로 늘어났다. 총투자액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약 1조엔)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놀랄 만한 수익률을 낸 펀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유명 기업인인 사와다 히데오가 세운 대형 여행사 HIS의 자회사인 HS증권이 대표적이다.

HS증권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벤처캐피털 펀드'를 설립해 15개월간 3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에는 2차로'PAM 벤처 패스포트 펀드Ⅱ'를 설립했는데 30억원에 달하는 개인자금이 몰렸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도 400만~500만엔이 넘는다.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법인신탁상품 형태의 벤처 펀드도 등장했다. 오사카 증시 2부 시장에서 거래되는 '벤처 비즈니스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3년간 투자 단위 1만엔당 1344엔의 배당금을 지급할 정도로 수익률이 높았다. 이 펀드가 투자한 벤처기업 중 5개사가 상장에 성공하고 4개사만 청산돼 전체적으로 성공률이 높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활발해진 기업공개(IPO)붐이 벤처 펀드 활성화를 더욱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증시에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151개 기업이 상장했고, 이들 기업의 주가는 모두 초장부터 공모가를 웃도는 선에서 거래됐다. 무엇보다 정부가 관련법을 정비해 벤처캐피털이나 PEF 등이 활성화되도록 적극 뒷받침해준 것도 벤처 펀드 붐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리막길 걷는 한국의 벤처캐피털=한국의 벤처투자업계는 2000년 벤처 거품이 꺼지고 코스닥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뒤 아직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금액을 회수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인 창업투자회사도 상당수다.

문 닫은 창업투자회사도 늘었다. 7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00년 147개에 달했던 창투사들은 지난 6월 말 현재 111개로 줄었다. 창투사들이 조성한 벤처펀드(창업투자조합)도 2000년에는 모두 1조4341억원 규모로 194개가 생겼지만 올 들어 6월까지는 고작 11개에 693억원이 모이는 데 그쳤다.

장세정.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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