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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결위 예산 계수조정작업 첫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2일 낮 12시30분 국회 522호 예결특위 소회의실.

▶김호진(金浩鎭.노동부장관)=추경예산 4백82억원을 신청했다. 청소년 실업대책용이다. 산업체 인턴 채용 확대에 따른 3백90억원, 취업 유망분야 직업훈련 확대 90억원 등이다. 청소년 실업이 19만명인데 방치하면 국가적으로 손해가 크다.

▶이재창(李在昌.한나라당)의원=화급한 게 아니면 내년 본 예산에서 다루는 게 어떠냐.

▶金장관=청소년 사업은 잠시도 방치하면 안된다. 화급하다.

▶정우택(鄭宇澤.자민련)의원=추경이란 예산 집행 후 생긴 사유에만 해당한다. 청소년 실업률이 갑자기 높아졌나.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金장관=사정이 변경됐다. 인턴 교육을 노동부가 맡은 뒤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종전보다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게 됐다.

▶鄭의원=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된다.

▶이한구(李漢久.한나라당)의원=난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인턴 탈락률이 낮아진 건 노동부 교육이 나아서가 아니라 사후관리가 허술하다는 점 때문에 일단 하고 보자는 것은 아닌가.

▶金장관=인력공단에서 담당해 취업률이 높아졌다. 선처를 바란다.

10평 남짓한 회의실에 장재식(張在植)예결위원장과 여야 소위 위원 11명이 앉았다. 그리고 추경예산을 요구한 장관들이 차례로 들어와 의원들과 일문일답으로 필요성 유무를 따졌다.

장관들의 구체적인 배경 설명이 이어지자 의원들은 때로는 수긍하고 때로는 반론을 꺾지 않았다.

회의장 밖에서 대기 중인 장관들은 앞서 들어갔다 나온 장관에게 '누가 꼬치꼬치 캐묻느냐' 는 등 분위기 정보를 구하기도 했다.

헌정사상 처음 공개된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 장면은 시장에서 물건값을 둘러싸고 흥정을 벌이는 모습도 연상케 했다.

張위원장은 "예산 심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소위를 공개키로 했다" 고 말했다. 이전까지 계수 소위는 대입 수능시험 출제위처럼 기자들은 물론 다른 의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러나 이날도 계수조정 소위의 성역(聖域)이라는 마지막 숫자 고치기 작업은 비공개로 했다. 예산의 최종 계수조정 때 의원들의 이해가 걸린 지역사업을 놓고 주고받기식의 밀실 담합이 이뤄지고는 했다. 때문에 이날 공개는 투명성 높이기에 진일보했지만 한계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승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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