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 관객 참여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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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관객 동원에 효과적인 참신한 시도인가, 아니면 별 쓸모없는 일시적인 유행인가.

올 가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화두는 단연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 이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그냥 뮤지컬을 감상하고 끝난 뒤 박수만 치는 게 아니라 객석에서, 통로에서, 때로는 무대에서 배우들과 함께 공연에 참여하는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오는 20일 선보이는 뮤지컬 '록키 호러 쇼' 의 경우 공연 도중 관객들이 모두 객석 사이 통로로 나와 소리를 지르고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도록 돼 있다.

물론 대표적인 컬트 영화인 '록키 호러 픽쳐 쇼' 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인 만큼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배우들과 어울리는 게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 가을 브로드웨이 뮤지컬 가운데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는 작품이 유달리 많다.

역시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풀 몬티' 도 마찬가지. 이 뮤지컬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실직한 6명의 노동자들이 의기투합, 스트립 쇼로 돈벌이에 나서는 이야기로 연기자들은 관객 앞에서 스트립 쇼를 하면서 관객들로부터 이런저런 주문을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관객과 배우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터렉티브 코미디' 를 표방하고 있는 '게임 쇼' 의 경우 아예 관객들에게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TV 퀴즈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코미디 뮤지컬에서 관객들은 퀴즈 쇼 출연자로서 문제를 풀고, 우승자의 경우 실제로 상까지 받는다.

'라이프게임' 의 경우 미리 지정된 관객들이 공연 도중 정식 출연자들로부터 "당신의 부인은 어떠냐" "남편과 관계는 원만한가" 등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사이에 배우들이 그 주위를 돌면서 대답 내용에 따라 연기를 펼친다.

이처럼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 앞다퉈 관객들을 적극 공연에 참여시키는 형식을 택하는 까닭은 뭘까.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은 "스타가 되고 싶은 관객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 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전엔 스타가 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만, 요즘엔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 등의 TV 프로를 통해 보통 시민도 하루 아침에 유명해지는 현실이고보니 많은 관객들이 은연중 스타가 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고, 이런 경향을 관객 유치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장기적으로 관객 동원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일부 연출자들은 "함께 참여하는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은 일부에 불과하며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전통 뮤지컬로 발걸음을 돌린다" 며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바람이 한국 뮤지컬계에도 불어올지, 그렇다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관심이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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