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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기금 의혹 수사 윤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검찰로서는 정말로 파헤칠 만큼 파헤쳤다. 그러나 언론과 정치권에서 문제 삼으면 대책이 없는 부분도 있다" .

신용보증기금 지급보증 외압 의혹 사건 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9일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이운영(李運永)씨의 구속 만기일인 10일 '외압은 없었다' 는 내용으로 수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지만 몇 가지 쟁점 사항의 발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 검찰 수사 내용=검찰은 李씨에 대한 사직동팀 내사는 신보 내부의 제보에 의해 이뤄졌고, 박지원 전 장관의 외압 전화나 아크월드사 대표 박혜룡씨 형제의 지급보증 협박은 없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반면 사직동팀의 내사 과정에서 제보자측으로부터 금품이 건네졌고, 李씨 내사 과정에서 무리한 강제 구금(직권남용)이 있었던 혐의는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최대 쟁점인 朴전장관의 외압전화 여부에 대해 검찰은 李씨가 조작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3자의 사칭 가능성도 있지만 입증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朴전장관의 외압전화 의혹은 지난해 6월 李씨가 작성했다는 '자필 경위서' 등 네건에만 등장하고 막상 수기에는 이같은 내용이 없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李씨가 朴전장관의 전화를 받은 직후인 지난해 2월 8일 손용문 전무를 찾아가 상의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지점 직원들이 "당시 李씨는 지점장 사무실에서 결재를 하고 있었다" 고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는 점도 조작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라는 것이다.

또 신보 서울 영동지점이 자동응답전화(ARS)였던 점을 고려할 때 朴전장관이 대표전화의 안내를 따라 번호를 눌러가며 지점장실을 접속했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에 어색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또 朴전장관의 지시에 따른 사직동팀 내사의혹 부분도 李씨의 착각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 1월까지도 朴전장관을 아크월드 朴씨의 친삼촌으로 알고 있던 李씨가 '사직동팀을 움직일 사람은 朴전장관밖에 없을 것' 으로 미뤄 짐작했거나 의도적으로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수병 당시 신보이사장 등의 진술로 볼 때 李씨의 사표 제출 과정에도 외압은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 검찰의 고심=대검 고위 간부는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을 없애기 위해 기자들과 토론을 해보는 방법도 고려했다" 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감지해 보려는 초조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朴전장관의 전화 압력 여부 등에 대해서는 "진실은 두 사람밖에 모른다" 면서 "검찰은 정황 증거 등을 고려해 판단할 뿐" 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사직동팀 이기남 경정을 구속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들었다" 는 비판 여론이 일 것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검찰은 특히 한빛은행 부정대출 사건에 대한 재수사 결과를 설명할 경우 또다시 여론의 '역공' 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수사 결과 발표 시점과 형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박재현.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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