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서도 소릭극으로 꾸민 '시집가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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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시집가는 날' 이 이번에는 경서도 소리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오는 24~27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상연되는 '시집가는 날' 은 국립국악원이 지난 98년에 선보인 '남촌별곡' 에 이어 두번째로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경기소리의 뿌리인 서울굿 등에서 오랫동안 반주를 맡아왔고 고(故)이창배 선생에게 경서도 민요를 배우는 등 경기민요와 서도소리의 어법에 두루 능통한 민속악의 명인 김영재(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씨가 연이어 작곡을 맡았다.

'시집가는 날' 은 그가 연극에서도 두번씩이나 음악을 맡은 바 있어 친숙한 소재다.기존 민요를 편곡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새로 작곡한 노래들이다.

갑분이 역에 서도명창 유지숙, 이쁜이 역에 탤런트 김상희, 맹진사 역에 영화배우 이원종, 미언 역에 민속연주단 단원 이금미씨가 남자로 분장해 출연한다.

마당놀이.뮤지컬.창극.무용극 대본으로 잔뼈가 굵은 김지일씨가 극본을 쓰고 오페라 연출가 장수동씨가 무대를 총지휘한다.

이밖에 이춘희(작창).정재만(안무).오윤균(무대미술) 등이 스태프로 참가하며 결혼식 피로연의 볼거리로 중요무형문화재 줄타기 보유자인 김대균이 특별 출연한다.

기존의 소리극인 창극(唱劇)이 남도 판소리에 바탕을 둔 데 반해 경서도 소리극은 서울.경기 지방의 소리와 관서지방의 서도소리로 꾸민 음악극. 고종때 가무별감(歌舞別監)으로 있던 박춘재가 원각사에서 경기민요를 곁들인 놀이굿을 선보인 것이 경서도 소리극의 효시다.

놀이굿 전통에 무대미술.의상.조명.안무 등 현대적 무대기법을 곁들여 창조적으로 복원한 것이 경서도 소리극이다.

경서도 소리를 음악극 형식으로 작품화함으로써 레퍼토리를 확대하는 한편 판소리의 기세에 눌려 주춤하고 있는 경서도 민요를 널리 알리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미묘한 시김새를 포함한 서도소리는 북한에서 주체적 발성법으로 전승해오고 있는 민성(民聲)의 음악적 뿌리인 까닭에 경서도 소리극은 향후 남북 음악교류에 적합한 레퍼토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경서도 민요 분야에는 남자 명창이 없어 연극.영화 배우에게 주연을 맡기는 등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민요 인간문화재 이춘희 명창은 "앞으로는 남도소리나 판소리.가곡 등 전통 성악의 모든 장르 출신으로 음악과 배역을 구성해 창극보다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소리극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며 " '아리랑' '바리공주' 등을 다음 작품으로 구상 중" 이라고 말했다.02-580-330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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