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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서울] 방음벽도 도시미관 고려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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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승용차를 몰고 지방 출장을 자주 가는 李모(45.회사원.서울 서초구)씨는 경부고속도로 양재동~한남대교 구간을 달릴때 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양편에 볼품없게 서있는 높다란 방음벽 때문이다. 10여m 높이의 방음벽은 검은 회색으로 우중충한 데다 건너편을 볼 수 없게 만들어져 마치 공사장에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李씨는 "서울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거대한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 불쾌해 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도로변에 설치된 방음벽은 군데군데 녹이 슬고 투명판에도 때가 끼어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출퇴근 길에 항상 이곳을 지난다는 한 주민은 "마치 길쭉한 고철덩어리를 도로변에 얹어 놓은 것 같다" 며 "어떤 곳에서는 차선 끼리 만나는 지점에서 방음벽이 시야를 가려 진입차량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 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극심한 소음 공해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되는 방음벽이 주변 분위기와 동떨어지게 설치돼 또다른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새로 조성되는 아파트 단지들은 대부분 도로와 인접해 있어 방음벽 설치가 필수적이지만 방음벽은 재질이나 외관이 과거에 비해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는 둔탁한 방음벽이 전체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 원인과 대책=국내 방음벽은 환경부가 정한 소음방지 지침에 따른 높이과 폭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재질이나 형태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다만 민원이 빗발치자 1997년부터 서울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설치하는 경우 경관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권장사항인 경관심의도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일선 구청 등에서 지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민간 사업자가 시공하는 경우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않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시공사들은 무조건 비용을 줄이려고만 해 입주자들은 나중에서야 투박하고 멋없는 방음벽으로 둘러싸이게 된 것을 알게 되는 실정이다.

방음벽 시공업체인 태종개발 남덕현(南德鉉)사장은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업체들이 환경친화적 소재 개발에 적극 나서려 하지 않는다" 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 방음벽 설치때 미관을 고려토록 하는 기준을 만들고 기능과 멋을 동시에 살린 방음벽 소재와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물론 최근들어 각종 학교나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목재 방음벽을 설치하거나 시야 확보가 용이한 투명 방음벽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또 불투명 방음벽에 보기 좋은 색상을 넣기도 한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도 기존 방음벽 주변에 담쟁이.수세미 등 덩굴식물 수만그루를 심기로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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